[단독] 3차 추경 2조원·19개사업, 집행계획·조사도 없이 통과됐다

국민일보

[단독] 3차 추경 2조원·19개사업, 집행계획·조사도 없이 통과됐다

입력 2020-07-06 18:05

지난 3일 국회에서 통과된 35조1000억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 가운데 2조1759억6500만원은 심사 과정에서 사업집행계획 등에 대한 검토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된 29개 사업(단순 기간조정사업 포함) 중 19개 사업은 다른 사업과 중복되는 것은 물론 실수요조사 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일보는 3차 추경안에서 증액 또는 신규 편성된 299개 사업을 6일 전수 조사했다. 조사 결과 추경 예산 곳곳에서 국회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차 추경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배가 넘는 역대 최대규모다. 그러나 정작 정밀한 국회 심사를 거치지 못했고, 이에 따라 향후 사업이 조정되거나 추가적인 예산 편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5조가 넘은 천문학적인 예산이 국회가 정한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진행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행정안전부의 희망근로지원사업에는 3차 추경에서 1조2061억원이 새로 편성됐다. 이 사업으로 추진하는 일자리는 생활방역지원, 골목상권·소상공인 회복 지원 등 10개 유형으로만 분류됐고, 다른 부처 사업과의 중복 현황도 제시되지 못한 채 국회 심사를 통과했다. 결국 ‘중복추진 방지, 생산적 일자리 발굴, 평가체계를 구축한다’는 권고성 부대의견만 붙은채 정부안에서 3000억원만 삭감돼 통과됐다.


금융지원 예산 일부도 주먹구구식으로 반영됐다.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융자 사업은 2차 추경예산 대비 4000억원 증액된 8000억원이 이번에 편성됐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에 자금을 빌려주기 위한 사업이다. 복지부는 의료기관 융자 사업의 대출 한도를 ‘전년도 매출액의 4분의1 이내로 하되, 20억원 한도’로 정했다. 전문가들은 매출액이 큰 의료기관에서 더 큰 피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복지부가 응급의료기관 지원에 쓰이는 응급의료기금으로 일반의료기관을 지원하겠다고 예산을 편성한 것도 문제지만 국회에선 별다른 지적이 없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미술프로젝트 예산은 2차 추경 대비 758억6000만원 증액됐다. 지역 주민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시설에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과 커뮤니티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이 예산은 지원 대상이 10개 지자체에서 228개로 대폭 늘어나는 것을 전제로 한 예산인데도 구체적인 집행계획에 대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피해 규모를 예상하기 어려운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한 추경 집행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부실 심사로 인해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 추경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6일 “개별 사업들에 대한 정당성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기에는 심사 기간이 너무 짧았다”며 “이런 식의 추경안 처리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택 이현우 이상헌 박재현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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