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에 또 세금… 90조 미국 주식 거래, 이상신호다

국민일보

세금에 또 세금… 90조 미국 주식 거래, 이상신호다

입력 2020-07-07 00:30 수정 2020-07-07 15:40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거래 대금이 비약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 2분기 거래 대금이 1분기보다 58.3% 늘어 9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유례없이 비정상적인 상승인 셈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은 2분기(4~6월) 외화증권 결제금액이 758억6000만달러(90조8000억원)를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올해 1분기(665억8000만달러)보다 58.3% 늘었다.

이는 시중에 늘어난 유동성이 국내 투자처를 못찾고 해외로 유출됐음을 뜻한다. 시중에 풀린 돈(유동성)은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광의 통화량(M2)은 3018조6000억원이었다. 이제 풀리기 시작한 35조1000억원 규모 추경도 시중에 유동성을 더할 예정이다.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몰릴 기색을 보이자 정부는 보유세 강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종부세법과 소득세법 지방세특례제한법 주택법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등 '부동산 5법'을 7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입장이다. 20대 국회에 제출됐던 개정안은 1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외 2주택 보유자에게 종부세율을 0.1~0.3%포인트 인상하고 3주택 이상 다주택자 등에게는 0.2~0.8%포인트 인상하는 안을 담고 있다.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던 종부세 인하 혜택도 거둬들이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국내 주식에도 2000만원 이상 수익에 대해 양도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법인세만 내는 기관과 자국에서 세금 대부분을 내는 외국인은 거래세 인하 혜택을 보게 됐지만 개인 자산가에게는 양도세 부담을 늘리는 역효과가 우려된다. 돈 있는 개인들의 시장 유입 동인이 약해질 수 있다.

국내 주식 거래액 70%는 ‘개미’들이 만들어 낸다. 기관과 외국인에 비해 장기 투자 성향이 높은 국내 자산가들이 국내 주식 시장을 외면하면 일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 해제와 맞물려 시장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 1980년대 말 대만이 주식 양도세를 도입하자 주가가 40% 폭락한 사례가 있다.

건국 이래 가장 많은 유동성이 풀린 상태이지만 개인 투자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과 국내 주식 유입 요인은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에 국내 5대 주요 은행인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대기자금) 잔액은 566조316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퇴로가 없는 상태에서 개인 자산가들의 해외 주식 투자는 불가피한 귀결일 수 있다. 해외 주식 거래 대금이 58.6% 폭증한 통계를 허투루 지나칠 수 없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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