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한 적 없어 미안한 게 없다” 故 최숙현 선배의 답변

국민일보

“폭행한 적 없어 미안한 게 없다” 故 최숙현 선배의 답변

입력 2020-07-07 05:40
고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감독 김 모씨와 선수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 질의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선수의 가해자로 지목돼 증인으로 참석한 경주시청 감독과 선배 선수 2명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최 선수에게 끝까지 사죄하지 않아 대중들의 분노를 샀다.

이날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경주시청 김규봉 감독 등 2명의 선수에게 “폭행과 폭언한 적이 없냐”고 물었고 이에 김 감독은 “그런 적 없다”며 폭행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김 감독은 “감독으로서 선수가 폭행당한 것은 몰랐던 부분의 잘못은 인정한다”며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만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김 감독에게 최 선수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냐”고 재차 물었지만 김 감독은 “감독으로서 선수 폭행이 일어났던 걸 몰랐던 부분에 제 잘못을 인정하고 그 부분을 사죄드린다”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이 확인 차 “관리·감독 책임만 인정하는 거냐”고 묻자 김 감독은 “네”라고 답했다. 김 감독은 “폭행한 적이 없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네” 라고 했다.

이 의원은 가혹 행위를 주도한 선수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이 의원은 주장이었던 장 모 선수에게 “사과할 마음이 있냐”고 묻자 장 선수는 “최 선수와 같이 지내온 시간에 가슴이 아프지만 일단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이 의원은 김모 선수에게도 “최숙현 선수와 또 다른 선수에게 폭언한 사실이 있냐”고 물었지만 김 선수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사죄할 마음이 있냐”는 이 의원의 질문에 김 선수는 “폭행한 사실이 없으니 미안한 것도 없고 안타까운 마음만 있다”고 답했다.

이들의 일관된 답변에 이 의원은 분노하며 “후배가, 제자가 사망했는데 뭐가 그렇게 당당하냐”고 호통쳤다. 이에 김 감독은 “당당한 게 아니다. 최 선수 사망 소식을 내가 제일 먼저 듣고 너무 힘들어 그날 바로 달려갔다. 당당한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들은 오후에 이어진 보충‧추가 질의 시간에도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에 대해 일관되게 부인했다.

상임위에 앞서 최 선수 동료들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선수와 저희를 비롯한 모든 피해자는 처벌 1순위로 주장 선수를 지목하고 있다”며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고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됐다”고 폭로했다.

“팀의 최고참인 주장은 항상 선수들을 이간질하고 따돌림 시키고 폭행과 폭언으로 선수들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고 한 이들은 “같은 숙소 공간을 쓰다 보니 24시간 주장의 폭력과 폭언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선수들은 “경주시청 선수 시절 동안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을 당했고 욕을 듣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하루하루를 폭언 속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며 “감독은 2016년 8월 점심에 콜라를 한 잔 먹어서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빵을 20만 원어치 사와 숙현이와 함께 새벽까지 먹고 토하게 만들고 또 먹고 토하게 시켰다”고 폭로했다.

이날 통합당은 국회 상임위 복귀를 선언했지만 아직 정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용 의원만 회의에 참석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과 임오경 의원도 회의에 참석해 감독과 선수들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김 감독 등은 이들의 질문에도 폭행한 적 없다고 부인하며 오히려 팀 닥터가 최 선수를 폭행할 때 만류했다고 주장했다.

무소속 윤상현 의원과 민주당 소속 도종환 문체위원장이 구체적인 사례를 나열하면서 조목조목 따져 물었을 때도 김 감독은 부인하며 “‘내가 다 내려놓고 떠나겠다’고 한 문자는 최 선수 아버지에게 보낸 적이 있지만, 최 선수의 아버지가 날 협박해 진정시키는 차원에서 보낸 것이지 이번 건을 책임진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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