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세’ 공청회 댓글 막은 정부, 동학개미들 분노

국민일보

‘주식과세’ 공청회 댓글 막은 정부, 동학개미들 분노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안’ 공청회… “세금만 내라는 거냐” 투자자 반발

입력 2020-07-07 17:51 수정 2020-07-07 18:33


“왜 개인 투자자를 대변하는 참석자는 없습니까? 무식한 국민은 세금만 내라 이겁니까?”

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안’ 공청회. 정부의 주식 양도소득세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거칠게 불만을 쏟아냈다. 공청회에 나온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600만 개인 투자자는 엄연히 금융시장의 주인”이라며 “자본시장 범죄를 막을 시스템부터 구축하고 세제 선진화를 운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을 ‘개인 투자자’라고 소개한 남성도 “나랏님들이 도적(금융 범죄자)들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세금만 걷는 것 아니냐는 게 솔직한 생각”이라며 “당연히 조세 저항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청회는 금융세제 개편안에 대해 정부가 학계와 업계, 투자자 등의 의견을 듣는다는 취지로 열린 행사였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전 신청한 취재진 20여명과 업계 관계자 등 50명만 행사장 출입 자격이 주어졌다. 이에 “이게 무슨 공청회냐”며 정 대표 등이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유튜브로 공청회를 ‘온라인 생중계’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실시간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 채팅창은 막혀 있었다. 인터넷 주식투자 커뮤니티에선 “댓글도 못 달게 해 놓고, 무엇이 겁나서 그러느냐”는 비아냥이 나왔다.

정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펀드 투자에 대한 과세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오무영 금융투자협회 산업전략본부장은 “펀드에 기본공제 등의 혜택을 두지 않는 건 그간 정부가 간접 투자를 장려해 온 정책과도 배치된다”며 “선진국 가운데 간접 투자가 직접투자보다 세제가 불리하게 설계된 나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고광효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국장)은 “직접 투자와 간접 투자는 성격이 다르다는 게 기본 입장이었다”며 “간접 투자의 역차별 등 여러 지적 등을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외 이슈에 대해선 정부와 학계·투자자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박종상 숙명여대 교수는 “양도세가 확대되는 만큼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은 보류해야 한다”고 했지만, 고 국장은 “정부의 일관된 정책 방향으로 현재 논의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답변했다. “주식 양도소득세 확대 논의를 중단해 달라”는 개인 투자자들의 요청에 대해서도 김문건 기재부 금융세제과장은 “현재 돈(주식)으로 돈을 번 소득에 대해선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지 않다. 담세력(조세부담능력)에 상응하는 과세를 하는 게 정의(正義)”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현재 개편안에 대한 일부 수정을 검토하고 이달 말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9월쯤 관련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내년부터 금융투자소득을 거두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고 국장은 “지금은 뼈대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최종안은 국민 의사가 반영된 방안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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