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넷, 만취 여성 모텔 끌고갔는데…강간 아니다?

국민일보

남자 넷, 만취 여성 모텔 끌고갔는데…강간 아니다?

1,2심 무죄 선고…여성단체 대법원 앞 규탄 시위

입력 2020-07-08 13:42 수정 2020-07-09 10:36
MBC 뉴스 캡처

3년 전 만취한 여성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법원이 1심과 2심 모두 무죄를 선고하자 여성단체가 사법부를 규탄하며 비판 시위에 나섰다.

160여개 여성단체가 모인 ‘준강간 사건의 정의로운 판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지난 7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만취 여성을 상대로 한 조직적 성범죄를 강력히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공대위에 따르면 2017년 5월 피해자 A씨는 서울 홍대의 클럽에서 한 남성과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었고, 이후 서울 외곽의 모텔 객실에서 나체상태로 깨어났다.


성범죄 피해를 의심한 A씨는 사건 발생 이틀 뒤 경찰에 신고했고, CCTV 확인 결과 A씨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자 남성 일행 4명이 A씨를 차에 태워 경기도의 한 모텔로 데려간 것이 드러났다. 공대위는 이들 중 A씨와 클럽에서 술을 함께 마신 남성이 A씨에게 성폭력을 가했다고 밝혔다.

A씨는 그날 아침 잠에서 깼을 때 옷이 모두 벗겨져 있었고, 이후 수차례 ‘싫다’고 저항했지만 결국 강간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A씨가 피해 직후 곧바로 구조요청을 하지 않았고 모텔에서 나온 뒤 남성이 사준 초코우유를 마셨다는 이유로 ‘범죄를 증명하기 어렵다’며 해당 남성을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여성은 여러 차례 이의를 제기해 항고와 재정신청을 했고 결국 남성은 준강간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법원은 “여성이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남성이 만취 상태를 이용해 강간했다는 고의를 증명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를 밝히며 1심과 2심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공대위는 “피해자가 만취 상태에 있고, 클럽에서 만난 남녀라면 당연히 성관계에 동의할 것이라는 왜곡된 통념과 편견의 결과”라며 “수사기관과 사법체계 모두가 공범으로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피해자가 제대로 살 수 있도록 본 사건을 유죄취지로 파기 환송하라”고 요구했다.

양재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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