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사? 말어?…강력규제 쏟아져도 시장은 안갯속

국민일보

내집, 사? 말어?…강력규제 쏟아져도 시장은 안갯속

입력 2020-07-09 05:01

정부가 쏟아낸 부동산 대책의 여파를 예상하기 어려워지면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시민들도 극도로 혼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덩달아 치솟는 상황에서 정부 대책의 반작용이 오히려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분석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 규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지만, 임대사업자 등 시장의 반발도 이어지면서 앞으로의 전망도 안갯속이다.

9일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상반기 동대문구, 강북구, 성북구 등의 매매가 상승률과 거래량이 모두 서울 상위권을 차지했다. KB국민은행 통계를 분석한 결과 1~6월 서울의 ㎡당 매매가는 1030만원에서 1078만원으로 4.62% 올랐다. 특히 동대문구는 782만원에서 863만원으로 10.27%, 성북구는 757만원에서 830만원으로 9.65%, 강북구는 618만원에서 677만원으로 9.53% 올랐다.

서울 강북 지역 집값이 상승한 것은 우선 12·16부동산대책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강남3구에 즐비한 고가 아파트 거래를 규제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투기 자본이 몰리기 시작했다. 투기 열풍은 강남3구의 대체재로 마포구와 용산구, 성동구 등의 가격을 띄웠다. 투기 자본은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이 충분히 오르자 다음으로는 노원구와 도봉구, 강북구로 몰렸다.

서울 강북 지역 두 번째 가격상승은 인천과 경기 지역을 거쳐서 돌아왔다. 정부의 규제 강화 속에 비규제지역 아파트에 투기가 몰리자 정부는 6·17부동산대책에서 수도권 전역에 대한 규제를 단행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이 거의 같은 수준의 규제를 받자 입지가 좋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울 강북 지역으로 다시 투기가 몰렸다.


짧은 사이 두 번에 거쳐 집값이 오른 서울 강북은 서민이 집을 사들이기 어려운 곳이 됐다. 인천과 경기 지역도 집값이 급격히 오른데다 규제까지 강화돼 현금없이 집을 살 수 잇는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시장에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부터 사과봐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 30대 직장인은 “2017년 몇 번을 고민하다 집을 사지 않았는데, 이후 오랫동안 후회했다”며 “전세 계약이 끝나 또 다른 전셋집으로 이사가는데 이번에도 후회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6·17부동산대책을 발표하자 ‘패닉 바잉’이라고 할만큼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몰린 것도 이같은 인식과 관련있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을 미루고 세입자로 남는 것도 위험 부담이 크다. 전월세 가격은 지난 7월부터 벌써 53주 연속으로 오르고 있다. 여당은 전월세 가격을 낮추기 위해 임대차 3법 입법을 준비 중이지만 세입자 권리가 안정될 거란 보장은 없다. 오히려 임대사업자들이 법안 시행 전에 추후 상승분을 미리 계산해 전·월세 가격만 더 높여놓을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여당이 이를 막기 위해 규제법안을 사실상 소급 적용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임대사업자들도 협회를 만들어 헌법 소원을 준비하는 등 총력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결국, 현재로선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야 하는지 정부 부동산정책이 매매·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킬 거라고 믿고 임대차 계약 연장을 할지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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