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앞으로 4년 또 소중히 머리 기르겠습니다”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앞으로 4년 또 소중히 머리 기르겠습니다”

소아암 환자에게 머리칼 기부한 해병대 소속 여군들

입력 2020-07-10 07:47
4년간 기른 모발 30㎝를 기부한 김경진 중사. 부대 제공, 연합뉴스

“어린 나이에 고통받는 아이들 생각에…”

해병대 소속의 여군들이 몇 년간 기른 머리카락을 소아암 환자를 위해 기부해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김경진(28) 중사는 해병대 제9여단 정보통신대에 복무 중인데요. 그는 지난 4년간 고이 길러온 머리카락 30㎝를 잘라내 ‘어머나 운동본부’에 기부한 것으로 8일 알려졌습니다.

어머나 운동이란 ‘어린 암 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 운동’의 줄임말인데요. 25㎝ 넘는 머리카락을 기부받아 특수 가발을 제작한 뒤 항암치료를 하고 있는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활동입니다.

암 환자는 치료 과정에서 면역력이 떨어져 작은 상처에도 민감합니다. 그래서 이들을 위한 가발은 트러블이 생기지 않도록 항균과 멸균 처리를 해야 하고 압박감도 덜해야 하죠. 이 때문에 일반 가발 가격보다 2배에서 3배가량 비싸다고 합니다. 어머나 운동은 어린 암 환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김경진 중사가 기부한 머리카락도 어머나 운동본부를 통해 멋진 가발로 만들어질 텐데요. 김 중사는 “어린 나이에 고통을 받는 소아암 환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기증을 결심했다”며 “앞으로도 머리카락을 잘 관리해서 계속 기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어머나 운동본부 홈페이지

해병대 군인들의 머리카락 기부는 지난달에도 있었습니다. 인천과 경기 김포 지역을 지키는 해병대 2사단 선봉여단 소속 김미경(26) 대위와 김교령(25) 중사도 어머나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이들도 3년에서 4년가량 길러온 머리카락을 아이들을 위해 흔쾌히 기부했습니다.

김미경 대위의 말도 감동적인데요. 그는 “부모님께서 기증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나누는 것이라고 하셨다. 이 말씀에 따라 머리카락 기증을 결심했다. 작은 것이지만 소아암 환자들에게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몇 년간 가꾼 머리카락을 선뜻 잘라내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요. 얼굴도 모르는 어느 아이에게 응원을 전하고 싶다는 그들의 진심이 따뜻함을 더합니다.

나눔은 돈이 많고 시간이 충분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선행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을지 모릅니다. 소중하게 머리카락을 길러 어린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한 세 군인처럼 말이죠.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서지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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