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죽여야 사는’ 정치 유튜버들, 막가도 막을 법 없다[이슈&탐사]

국민일보

‘남 죽여야 사는’ 정치 유튜버들, 막가도 막을 법 없다[이슈&탐사]

[정치 유튜버의 비즈니스 세계] ③돈 먹고 자라나는 막말 방송

입력 2020-07-11 07:11 수정 2020-07-12 16:38

“참여연대에서 ‘틀림없이 이재용은 이랬을 거다’라고 추정해서 범죄를 만들어놓고 그걸 검찰이 가져가서 청부수사를 한 거예요.”(유튜브 채널 ‘펜앤드마이크TV’ 6월 29일 방송)

“문재인이 북한에다가 입금 완료를 한 것 같아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유튜브 채널 ‘도람뿌’ 6월 24일 방송)

정치 유튜버로 활동하는 이들이 최근 방송에서 한 발언이다. 적게는 수만명, 많게는 수십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정치 유튜버 가운데 상당수는 근거 없는 의혹과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막말과 욕설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근거 없는 의혹과 막말… 커지는 진영 갈등
국민일보는 정치 분야 유튜브 채널 가운데 지난 5월 슈퍼챗(Superchat) 수익 상위 50위 이내 채널의 지난달 라이브방송 수십건을 모니터링했다. 슈퍼챗은 유튜브 시청자들이 실시간 방송을 하는 유튜버에게 돈을 보내는 기능이다. 슈퍼챗 순위는 유튜브 데이터를 분석하는 ‘플레이보드’의 집계를 기준으로 했다. 슈퍼챗 수익 상위권에는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GZSS, 펜앤드마이크TV, 신의한수, 고성국TV, 토순이, 김소연TV 등 보수 채널이 많지만 시사타파TV, 새날, 딴지방송국 등 진보 채널도 적지 않다.

구독자가 60만여명인 가세연은 지난달 26일 방송에서 4·15 총선과 무관한 외신 기사를 소개하며 ‘부정선거’ 주장을 펼쳤다. 인용한 기사는 포브스의 ‘한국, 화웨이 그리고 중국 문제’로 미국 허드슨 연구소의 아서 허만 선임연구원이 쓴 칼럼이다. 가세연 진행자 강용석 변호사는 “저 기사를 쓴 이유는 부정선거와 중국의 관계를 후속기사로 쓰기 위해서다”고 주장했다.

해당 칼럼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을 다룰 뿐 한국의 선거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이 한국전쟁 개입을 시작으로 강대국으로 부상했으며 최근에는 자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의 5G(5세대 이동통신)를 발판으로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미국과 패권경쟁을 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강 변호사는 “선거 얘기는 전혀 없지만”이라면서도 “분명 후속기사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진행자(왼쪽부터 김용호, 강용석, 김세의)들이 지난달 26일 라이브방송을 하고 있다. 강용석 변호사는 4·15 총선과 무관한 외신 기사를 소개하며 “저 기사를 쓴 이유는 부정선거와 중국의 관계를 후속기사로 쓰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가로세로연구소 영상 캡처

방송 도중 욕설을 하는 정치 유튜버도 있었다. ‘도람뿌’ 채널은 지난달 24일 “군사 행동을 예고하던 김정은과 김여정이한테 당장 ○발 또 얼마나 쳐 갖다 준 건지, 예? 아니 그거 아니면 설명할 방법이 없는데”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돈을 건넸을 거라는 주장을 했다.

‘토순이’ 채널은 지난달 정의기억연대 쉼터 소장의 사망 소식에 ‘자살 당했다’는 표현을 쓰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쉼터 소장 사망 소식에 눈물을 흘리는 사진을 향해 “눈물이 하나도 없다”며 ‘즙 짜기’라고 조롱했다. 그러면서 “돌아가신 분께서 뭔가 알고 있어서 혹시 진짜 ‘자살 당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 유튜버 김소연씨는 ‘김소연TV’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작가 부부) 집 딸내미를 앉혀놓고 만든 동상에 할머니를 기리면서 추모를 해야 하냐고요. 다 뽑아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의 ‘새날’ ‘시사타파TV’ 채널은 ‘시사프로’를 표방하지만 방송 내용은 편향적 발언이 대부분이었다. 시사타파TV는 최근 방송에서 국회 개원이 늦어진 것이 박병석 국회의장의 무능력 탓이라며 조롱 조로 “박벼엉~석 위원장”이라고 불렀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자 “저쪽(야당)의 DNA가 흐르는 사람이다” “제2의 금태섭이 되고 싶지 않으면… 판단을 잘못하신 거다” 등 말로 비난했다.

유튜브 '도람뿌'의 방송영상 캡처.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유튜버들이 자신의 방송을 기존 방송과 차별화하면서 유튜브가 극단으로 가고 있다”며 “극단적으로 갈수록 소비자들이 통렬함과 쾌감을 느끼면서 더욱 극단적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치 유튜버의 자극적 발언이 보수·진보 진영 간 갈등을 부추기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일부 정치 유튜버로 인해 ‘호모필리(Homophily·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이는 경향)’ 현상이 더 강해질 것을 우려했다. 그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뉴스에 노출이 돼야 하는데 원하는 말만 듣고 싶어 거기(유튜브 채널 앞에) 앉아 있으면 알고리즘에 따라 동일한 내용만 듣는다”며 “타인의 생각을 알아보려 하지 않으면 빠져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계정 폐쇄돼도 며칠 뒤 또 개설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5월 보수 유튜버들이 노리는 것은 결국 돈이라고 그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수 유튜버들은) 조회 수 올려서 돈 벌어먹기 위해 자극적인 말을 쏟아낸다”며 “전부 썩은 놈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유신 때 없어진 국민발안권을 다시 회복하자’고 얘기했더니 ‘좌파들이랑 손잡고 우리나라를 고려연방제공화국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고 매도하는 게 바로 극우 유튜버들이다. 전부 썩은 놈들”이라고 말했다.

정치 유튜버들은 유튜브에 의해 계정이 해지돼도 다시 방송을 재개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지난달 25일 정치 유튜버 채널 몇 곳(GZSS TV, 김상진TV, 잔다르크TV2 포함)의 계정이 폐쇄됐다. 하지만 이들은 며칠 뒤 새로운 채널을 만들었다. GZSS TV의 안정권씨는 29일 다시 만든 채널의 방송에서 “문재인 ○○○○ ○○○. 이거나 ○먹으세요. 잘라 봐 잘라 봐 ○○○○야”라며 “터뜨리세요. 터뜨리셈. 많이 터뜨리세요. 쫄지 마세요 중간에 터지더라도 우린 이런 거 우습게 봐버리니까”라고 말했다. 유튜브는 이들 채널을 하루 뒤 다시 폐쇄했다. 안씨는 지난 7일부터 다시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 ‘케세라세라’ 채널에 남아 있는 그의 방송을 보면 화면 하단에 후원계좌와 해피나눔 ARS 번호, 문자 응원 번호 등이 계속 나온다.

유튜브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계정이 폐쇄된 GZSS TV의 대표 안정권씨가 최근 다른 채널을 통해 활동하고 있는 모습. GZSS 카페에는 안씨가 지난 8일 오후 9시30분부터 방송을 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안씨가 운영한 GZSS TV는 지난달 25일 계정이 폐쇄됐다가 나흘 뒤 또 다른 채널을 통해 라이브방송을 진행했다. 유튜브는 다시 해당 계정을 폐쇄했으나, 안씨는 계속해서 유튜브에서 활동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일부 정치 유튜버는 서로를 공격하며 싸움을 벌인다. 보수 채널의 경우 스스로를 ‘우파 감별사’라고 칭하며 상대 채널을 ‘가짜 우파’라고 규정하는 방식으로 싸움을 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나 ‘부정선거 의혹’ 등 논란이 큰 주제에 대한 발언에 따라 ‘가짜 우파’라며 공격하는 방식이다.

‘신의한수’와 가세연의 싸움이 대표적이다. 가세연은 유튜브 채널의 게시판(커뮤니티)에서 다른 유튜버의 신상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6개월 전에는 유흥업소 사진과 함께 ‘이곳을 운영했던 유튜버는 누구인가요?’ 글을 올렸다. 이 주제로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신의한수를 운영하는 신혜식 대표를 겨냥한 댓글이 달렸고 여기에 반발한 신의한수 관계자들이 가세연 방송 현장을 찾는 일이 있었다. 지난 5월 가세연이 참석한 서울 서초동 집회에서는 GZSS TV의 안정권씨와 회원들이 현장에 나타나 무대를 향해 “야 김세의, 너 이리로 와봐. ○○○ 찢어버린다”고 소리쳤다.

안씨와 미디어워치TV의 변희재씨는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변씨가 지난해 안씨의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안씨 측이 지난 3월 명예훼손과 모욕 등의 혐의로 변씨를 고소했다. 변씨도 안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이들이 서로 제기한 고소 건수만 10건이 넘는다. 정치 유튜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들끼리의 싸움을 해설해주는 채널까지 등장했다. 서로 뜻이 맞는 정치 유튜버들은 함께 연합 방송을 한다. 우정 출연으로 세를 과시하는 일도 있다.

시정 요청에 소극적인 유튜브
정부의 유튜브 영상 규제에는 한계가 있다. 유튜브 등 해외 인터넷 사업자는 한국 내에서 실질적으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정보통신망법, 방송법, 신문법 등의 규제에서는 벗어나 있다. 유튜브가 속한 구글은 신문법상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가 아니다. 구글은 2018년 말 서울시에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등록을 신청했으나 반려됐다. 구글코리아가 아닌 미국 본사를 주체로 내세웠기 때문에 ‘반려를 예상한 꼼수 신청’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반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삭제 등 시정명령을 즉시 수용한다.

유튜브는 당국에서 시정명령을 받아도 주로 접속 차단을 할 뿐 삭제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5·18 민주화운동 역사 왜곡 정보’와 관련해서도 유튜브는 반년 넘게 조치를 미루다 삭제 조치를 했다. 그마저도 문제가 된 100건 중 85건만 삭제해 15건은 아직 삭제되지 않고 남아 있다. 유튜브는 미삭제 이유에 대해 ‘약관 위반이 아니다’고만 당국에 통보했다고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유튜브 측에서 차일피일 미루다 최근에서야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며 “삭제된 85건과 미삭제 15건을 비교·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가짜뉴스 규제법으로 도를 넘은 영상을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실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상우 교수는 “가짜뉴스를 정의하는 것 자체가 어려우므로 처벌법 이행은 쉽지 않다”며 “유튜브는 규제가 쉽지 않아 국내 통신 사업자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가짜뉴스 규제법은 기존 언론사만을 대상으로 하고 유튜브 방송은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유홍식 교수는 “현재로서는 시민들의 뉴스 리터러시(문해력)을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어릴 때부터 인권 및 시민 교육을 시켜 정보를 걸러내는 능력을 갖추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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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사2팀 권기석 김유나 권중혁 방극렬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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