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너구리는 왜 미드로 뛰었을까

국민일보

그때 너구리는 왜 미드로 뛰었을까

입력 2020-07-10 01:11 수정 2020-07-10 01:20

담원 게이밍 ‘너구리’ 장하권의 영리한 판단이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던 게임을 뒤집었다.

담원은 9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정규 시즌 1라운드 경기에서 아프리카 프릭스를 세트스코어 2대 0으로 이겼다. 6승1패(세트득실 +11)의 담원은 DRX(6승1패 세트득실 +8)를 제치고 단독 선두가 됐다.

담원은 이날 1세트 9분경 장하권(카밀)의 기습적인 미드 로밍으로 3킬을 획득했다. 담원은 경기 초반 상대 바텀 듀오에게 2킬을 내주면서 불리하게 시작했지만 이때 상대 미드라이너, 정글러, 서포터를 줄줄이 잡아내 리드를 가져왔다.

그때 장하권은 왜 자신의 라인으로 복귀하지 않고 미드로 뛰었을까? 기자가 속해있는 솔로 랭크 티어에서 탑라이너가 미드로 뛰는 건 골드를 긁어모아 ‘원기 회복의 구슬’ 6개를 샀을 때뿐이다.(이 무시무시한 곳에선 대체로 ‘달린다’는 표현을 쓴다.) 그래서 경기 후 담원 정글러 ‘캐니언’ 김건부에게 물어봤다.
2020 LCK 서머 정규 시즌 1R 담원 대 아프리카전 중계 화면

김건부에 따르면 담원도 처음엔 ‘쇼메이커’ 허수(트위스티드 페이트)의 궁극기 ‘운명’과 장하권의 궁극기 ‘마법공학 최후통첩’을 활용해 ‘기인’ 김기인(레넥톤)을 노리려 했다.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고른 팀의 일반적인 경기 운영 방법이다. 그런데 본진 복귀 후 탭(Tab)키를 눌러 상대방의 아이템 보유상황을 확인한 장하권이 돌연 “미드로 뛰겠다”고 했다고 한다.

미드로 선회한 판단 근거는 김기인의 높은 체력이었다. 장하권보다 먼저 귀환한 김기인은 새 아이템을 갖춘 채로 라인에 복귀했다. 가뜩이나 튼튼한 레넥톤인데, ‘탐식의 망치(200)’ ‘도란의 검(80)’ ‘도란의 방패(80)’까지 보유해 체력 360이 더 오른 상황이었다. 이를 본 장하권이 “레넥톤 아이템 보니까 체력이 높다. 탑 잡기 힘들겠다”며 미드로 향했다는 것이다.

경기 후 장하권이 기자실 공동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플라이’ 송용준(카르마)이 소환사 주문으로 ‘순간이동’을 선택해 ‘정화’가 없다는 것 또한 미드 로밍 판단의 근거였다. 담원은 실제로 미드 로밍 전투에서 허수의 ‘카드뽑기(W)’와 장하권의 ‘갈고리 발사’를 송용준에게 연달아 맞춰 손쉽게 킬을 따냈다.

아울러 담원도 처음에는 송용준만 잡을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미드를 노렸던 아프리카의 정글러·서포터가 전투에 휘말리면서 담원이 예상 이상의 이득을 취했다. 김건부는 당시 상황을 복기하며 “대박이 터졌다”고 표현했다.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 오는 법이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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