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 금수저가 웃는다… 부모 덕에 특공 받았다

국민일보

부동산 대책, 금수저가 웃는다… 부모 덕에 특공 받았다

입력 2020-07-10 15:38 수정 2020-07-10 17:30

A씨(32)는 세종시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아내는 아기를 돌보느라 쉬고 있다. 경쟁을 물리치고 경기도 주요 신도시에 특별공급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 기준에 맞출 수 있었고 목돈도 마련할 수 있었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목돈 마련은 고위직 공무원인 아버지의 도움을 받을 예정이다. 시세 9억원, 분양가 6억원 아파트의 자금조달계획서를 작성하며 공무원으로 4년 이상 근무한 소득을 모두 기재하고 대출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증여세도 거의 피할 수 있다. 9억원 시세 집을 가졌지만 저렴한 특공 분양가의 덕을 본 셈이다.

소득 기준을 넘어서는 바람에 청약 시장에서 외면받고 전세 대출을 받아 은행 빚을 갚고 있는 맞벌이 친구들과는 출발선부터가 다르다. 친구들은 '낀 거주 실향민'이다. 그린벨트까지 해제해 집을 짓는다는데 A씨 같은 '금수저'만 덕을 보는 것 같아 허탈하다.

7·10 부동산 대책은 그 괴리를 더욱 넓혀놨다. "소득이 낮은 금수저에 대한 제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한 기자의 질문에 10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소득 기준 뿐 아니라 자산 기준을 도입하자는 뜻인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따로 검토하겠다. 현재까지는 검토한 바 없다"고 잘라 답했다.


다른 한 편에선 생애최초 주택 취득세 감면 정책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왔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가 1억5000만원 이하 주택을 사면 취득세를 100% 감면하고 3억원(수도권 4억원 이하) 이하 주택 구입자에게는 50%를 감면한다는 발표에 허탈해야 했다. 서울 시내 1억5000만원 이하 주택이 어딨냐는 불만이었다.

하지만 서울 시내 1억5000만원 이하 주택도 한때는 있었다. B씨(39)는 결혼하지 못했다. 뚜렷한 수입이 없다. 편부모를 둔 그는 스무 살에 상경해 전세를 전전하다 전셋값이 너무 올라 서울 은평구내 방 두 칸 반지하 주택을 지난해 스스로 힘으로 마련했다. 1억5000만원이 들었고 그 돈은 고스란히 그가 19년 동안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벌어들인 돈이었다. 그마저도 요즘 2억원을 훌쩍 넘었다고 안 샀으면 어떡할 뻔했냐며 안도했다. 그는 '생애 첫 주택자'에게 주는 모든 혜택에서 제외된다.


정부는 정책 대상을 선정하는 ‘선 긋기’를 참 좋아한다. 선진국 정책에서는 공정성을 침해한다며 경계하는 행위다. 그 경계 밖에 있는 이들에게는 가혹할 수 있으며 활용할 수 있는 이들에게는 차원이 다른 출발선을 만들어준다.

우선 생애 최초 특별공급을 받기 위해서는 민영주택 기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30%를 받아야 한다. 2인가구 기준 569만원이다. 서울 시내 평균적이라 할 수 있는 6억~9억원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얼마가 있어야 할까. LTV 40%를 적용하면 3억6000만원에서 5억4000만원이 있어야 한다. 부부가 569만원을 벌어 3억6000만원을 모았을 때 정책이 바뀌지 않고 남아있을 리가 없다. 그때는 신혼부부가 아니다.

7·10 대책으로 민영주택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요건이 그나마 조금 완화됐다. 맞벌이일때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40%가 적용된다. 이제 A씨의 아내도 일할 수 있을 듯 하다.

정부는 국민주택 내 특별공급 물량을 20%에서 25%로 늘리기로 했다. 85㎡ 이하 민영주택 중 공공택지는 분양 물량의 15%, 민간택지는 7%까지 배정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B씨와 같은 이들은 오히려 집 사기가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분명 서울에서 19년을 일한 B씨의 자산이 A씨보다 많았다. 부모님 자산과 정부의 정책적 도움을 제외하면 그랬다. 불공정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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