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유족 “나라 위해 사신 분, 대전현충원 만족해”

국민일보

백선엽 유족 “나라 위해 사신 분, 대전현충원 만족해”

국립현충원 안장 논란에 밝힌 입장

입력 2020-07-12 16:31 수정 2020-07-12 16:32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 빈소에서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백선엽 장군(예비역 육군 대장)의 국립대전현충원 안장 논란에 유족 측이 “대전현충원 안장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 장군의 장남 백남혁(67)씨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는 것을 아버지와 가족 모두 이미 알고 있었다. 아버지도 생전 만족해하셨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울이나 대전이나 모두 대한민국 땅이고 둘 다 현충원”이라며 “아버지가 지난해 건강했을 당시 이미 대전에 안장되는 것으로 마음을 먹고 계셨다”고 전했다.

이어 유족이 백 장군의 서울현충원 안장을 요구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명백히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서울현충원에 꼭 안장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확실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는 것”이라며 “가족들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 국가보훈처장, 육군참모총장에게도 이러한 뜻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 조화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백씨는 “아버지는 국가에서 하라는대로 하는 분이다. 만약 지금 서울(현충원으로) 가라고 하면 아버지는 ‘어떻게 된 거야’라고 할 분”이라며 “물론 가족들은 안장 논란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다 이해한다”고 전했다.

또 “아버지는 평생 대한민국을 위해 살았다. 대한민국이 더 발전하기를 언제나 기원했다”며 “많은 분이 조문을 와서 대단히 감사하다. 감사의 뜻으로 큰절을 올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백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에 대해서는 여야 인사들 사이에서 꾸준히 찬반 논란을 불러왔다. 지난 5월 24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친일파 파묘(破墓)’ 이슈를 꺼낸 뒤에는 그 충돌이 더 거세졌다.

당시 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백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그는 “친일파 군인들의 죄상은 일제강점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고 한국전쟁 중 양민학살이나 군사독재에 협력한 것도 있다”며 “전쟁 때 세운 전공(戰功)만으로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2013년 8월 경기도 파주 뉴멕시코 사격장에서 열린 백선엽 장군 미8군 명예사령관 임명식에서 미군 야전상의를 입은 뒤 경례하는 백 장군. 연합뉴스

그러나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백 장군은 6·25 전쟁 일등공신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만든 호국 영웅”이라며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 거부는 대한민국을 지키다가 산화한 모든 군인이 현충원에 안장될 자격이 없다는 것과 지금 현충원에 잠들어있는 호국 영령 모두를 파묘하자는 주장과 같다”는 글로 반박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백 장군님은 대한민국을 구한 분이고 ‘6·25의 이순신’이라고 평가해도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법에 따라 조금이라도 피해를 본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백 장군의 별세 소식이 들려오자 일부 시민단체까지 뛰어든 찬반 논란은 더 거세지고 있다. 25개 독립운동가 선양단체로 이뤄진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은 12일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 결정 취소를 촉구하며 “정부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국립대전현충원 안장을 결정하고 장례를 대한민국육군장으로 5일간 거행한다고 밝힌 발표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 한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 역시 같은날 성명을 내고 “백선엽씨는 일제 만주군 간도특설대에서 중위로 복무하며 일제의 침략 전쟁에 자발적으로 부역했다”며 “광복 이후 대한민국 육군참모총장을 지내고 전쟁영웅으로 추앙받았지만 친일 행적에 대해 사죄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백씨가 갈 곳은 현충원이 아니라 야스쿠니 신사”라고 덧붙였다.

휴전회담 한국대표를 역임한 백 장군이 육군에 기증한 군 역사 관련 기록물 중 1951년 7월 10일 유엔 대표들이 휴전회담을 위해 개성으로 가기에 앞서 기념촬영 하고 있는 모습. 휴전협정 당시 계급으로 왼쪽부터 버크 제독, 크레이기 공군 소장, 백선엽 소장, 조이 해군 중장, 리지웨이 유엔군사령관, 호디스 육군 소장. 연합뉴스

그러나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 “식민지에서 태어난 청년이 만주군에 가서 일했던 짧은 기간을 친일로 몰아 백 장군을 역사에서 지워버리려는 좌파들의 준동이 우리 시대의 대세가 돼 버렸다”며 “백 장군을 서울 동작동 국립 현충원에 모시지 못한다면, 이게 나라인가”라고 써 반박했다.

앞서 백 장군은 지난 10일 오후 11시4분쯤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국립묘지법에 따라 고인의 현충원 안장이 결정됐으며 서울현충원 장군 묘역이 만장돼 대전현충원으로 간다. 영결식은 오는 15일 오전 7시30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다. 이어 오전 11시30분 국립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에서 안장식이 거행될 예정이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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