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치매 환자일수록 코로나19 더 잘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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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의 치매 환자일수록 코로나19 더 잘 걸린다

바이러스 수용체 ACE2 유전자 뇌에 집중 발현…중증일수록 더 취약

입력 2020-07-13 09:00
국민일보DB

고령의 치매 환자가 일반 노인 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치매가 초기에서 경증, 중증으로 진행될수록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컸다. 치매 증상이 있는 노인이라면 코로나19 예방에 더욱 신경써야 함을 시사한다.

한국뇌연구원 주재열, 임기환 박사 연구팀은 고령의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수용체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2)’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12일 밝혔다.

ACE2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침투할 때 이용하는 수용체다. 코로나19는 70대 이상 고령자에서 높은 치명률을 보이고 폐렴, 당뇨병 등 기저질환(지병)을 가진 경우 상대적으로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팀은 노년층에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기저질환인 치매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뇌질환 관점에서 접근했다.
70세 이상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환자의 뇌조직 및 혈액의 유전체 정보가 담긴 빅데이터와 전사체 분석기법(RNA 시퀀싱)을 활용해 ACE2 유전자 발현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일반 노년층 보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는 노년층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세포 안으로 끌어들이는 ACE2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알츠하이머병 모델 쥐의 뇌조직에서도 같은 변화를 확인했다.

또 치매 초기, 경증, 중증 환자 그룹의 유전체 분석결과 치매가 진행될수록 ACE2 유전자 발현이 점진적으로 증가(각각 135%, 148%, 154%)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CE2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결합해 세포 내 침입을 도우므로 ACE2가 많이 발현될수록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큰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연구팀은 아울러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말초혈액 단핵세포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분석한 결과 ACE2 유전자 발현은 경증 환자에서는 변화가 없었지만 중증 환자 혈액에서는 약 31% 감소됨을 확인했다. 이는 ACE2 유전자 발현이 뇌에 집중돼 있다는 반증이라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주재열 박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결합해 세포 안으로 끌어들이는 수용체인 ACE2의 유전자 발현이 노년층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서 증가되는 연구에 대한 보고는 현재까지 없다”면서 “이번 결과는 퇴행성 뇌질환을 기저질환으로 가진 노년층에 대한 새로운 진단 접근법과 치료 전략 수립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감염병 저널(Journal of Infection) 최신호에 발표됐다.

2017년 기준 65세 이상 국내 노인 인구는 약 700만명이며 이 가운데 치매 추정 환자는 약 10%인 70만명에 달한다. 전체 치매의 70% 정도가 알츠하이머병이 원인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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