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리 물에 손 담갔다” 호주서 난데없는 음모론

국민일보

“중국, 우리 물에 손 담갔다” 호주서 난데없는 음모론

중국의 호주 수자원 투자에 “악의적 매수” 의심… 물 사용료 급등하자 “中업체들 탓” 의혹도

입력 2020-07-14 00:15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호주관광청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 발원지 조사와 홍콩 국가보안법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호주와 중국이 이번에는 ‘물 전쟁’에 휩싸였다. 물 부족 국가인 호주에서는 농부들의 물 사용권을 거래하는데, 중국 기업들이 여기에 투자를 많이 한데다 지난해 가뭄으로 물값이 상승하자 중국이 수자원을 악의적인 의도로 매수한 게 아니냐는 ‘음모론’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호주 일부 지역에서는 1980년대부터 물이 거래 가능한 상품이 됐으며, 최근 시장 규모가 20억8000만달러(2조5000억원)에 이르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물 거래 시장이다.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대륙인 호주에서는 땅을 소유한 농부들에게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물 사용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여기에 외국 기업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투자할 수 있다.

지난달 업데이트 된 외국인의 물 사용권 등록 현황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이 호주에서 물 사용권을 가장 많이 가진 외국 소유주로 나타났으며, 미국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현재 중국 투자자들은 호주의 물 사용권 가운데 1.9%인 756기가리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2위인 미국은 1.85%인 713기가리터를 갖고 있다. 외국인은 호주에서 물 사용권의 10.5%를 보유중이다.

호주는 지난해 역사상 가장 덥고 건조한 기후를 기록했는데, 이에 따라 100만ℓ당 물값은 우기에 20호주달러(약 1만6000원)에서 건기에 1000호주달러(약 83만7000원)까지 요동쳤다. 지역별로도 서부지역은 분기별 요금이 234호주달러인데 반해 태즈메이니아 지역은 365호주달러로 큰 차이가 생겼다. 그러자 현지 언론들이 화살을 중국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한 신문이 ‘중국 물 고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자 10여개 다른 매체들이 가세해 중국의 물 사용권 매입을 비판하면서 호주 수자원 보안 관련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한 아침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는 “(중국이) 양손을 우리 물에 담갔다” “우리 농부들이 두들겨 맞고 강탈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호주국립대 쿠엔틴 그래프턴 교수는 “호주 물에 대한 외국인의 소유가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호주 물은 중국인이든 미국인이든 누가 소유하더라도 어디로 가지 않고, 수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을 누가 소유하는지 보다 물이 정확히 얼마나 어디에 쓰이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는 개인 저장고에 있는 물의 실시간 정보를 알아야 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호주에서는 이상기후로 가뭄과 물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수자원 고갈 및 물값 상승이 민감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호주의 물 사용료는 꾸준히 상승해왔다. 지난해 7월 남부 머레이-달링 분지의 물 가격은 메가리터당 550달러로 1년 전의 230달러에 비해 140% 가량 상승하기도 했다.

게다가 국내외 물 소유 업체들이 시장조작을 통해 물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돼 호주소비자위원회에서 조사하고 있다. 올해말 소비자위원회의 조사결과가 발표되면 시장 조작 여부가 드러나고 중국 업체들에 쏠리는 음모론도 진위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호주 일각에서는 물 사용권 거래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사우스웨일스 주 의회의 헬렌 달튼 의원은 지난해 국내외 정치인과 기업체들이 물 거래로 얻는 이익을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달튼은 “우리는 이름별로 검색 가능하고 투명한 등록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누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 알아내는 게 거의 불가능해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라고 말했다.

그는 호주의 ‘가장 가치 있는 천연자원’에 외국기업이 투자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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