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죽음으로 피해자 2차 가해 막았다” 윤준병 옹호 논란

국민일보

“박원순 죽음으로 피해자 2차 가해 막았다” 윤준병 옹호 논란

입력 2020-07-14 07:18
2019년 3월 28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서울시-더불어민주당 예산·청책협의회에 참석한 박원순(오른쪽) 서울시장과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왼쪽)의 모습. 뉴시스

“2차 가해 방지 위해 죽음으로서 답한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죽음을 통해 주는 숨은 유지는 진위공방으로 피해자에게 2차 가해 하지 마라”
“행정1부시장으로 시장실 구조를 아는 입장에서 침실 등의 단어 이해 안 된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직 중 행정1부시장을 지낸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발언으로 박 전 시장을 옹호했다. 이후 비난 여론이 이어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 시장 피해자의 입장 존중’이라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윤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3일 오후 박원순 시장 피해자의 입장문이 발표됐다”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공간에 근무하면서 피해자의 고통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미안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고인이 되시기 전에 피해자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일부 언론에서 가짜 미투 의혹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전혀 그런 의도가 없다. 가짜뉴스 및 정치권의 공격과 논란으로 피해자에게 더 이상 2차 피해가 없길 바랄 뿐”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윤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 전 시장의 미투 의혹을 옹호하는 취지의 장문의 글을 올렸다. 윤 의원은 피해자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기인 2018년 1월부터 2019년 4월 서울시 행정1부시장으로 근무했었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박 전 시장이 누구보다 성인지 감수성이 높은 분이었다고 치켜세운 뒤 1993년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다른 변호사와 함께 피해자를 대리해 6년의 법정 공방 끝에 가해자인 신 아무개 교수가 우 조교의 정신적 피해에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끌어낸 바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행정1부시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박 전 시장으로부터 미투 방지대책을 주문받아 수립해 실행했던 경험이 떠오른다”며 “박 전 시장은 통상의 기대 수준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성 인지 감수성을 요청했고 그런 감수성을 갖고 시장직을 수행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윤 의원은 “정치권에서 미투 사건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박 전 시장은 그런 부류의 사건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이라고 농담으로 말하곤 했다”고도 했다.

“그런 분이 미투 관련 의혹으로 고소가 이뤄졌고 사실여부가 규명되기 전 고인이 됐다”고 설명한 윤 의원은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의문이 맴돈다”고 운을 뗐다. 윤 의원은 “고인이 돼 직접 답을 주실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이제 살아있는 사람들의 추론만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순수하고 자존심이 강한 분이라 고소된 내용의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주변에 미안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윤 의원은 이어 “정치권의 논란 과정에서 입게 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 죽음으로 답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며 “고인이 죽음을 통해 주는 숨은 유지는 고소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부끄럽고 이를 사과한다. 더 고소 내용의 진위공방을 통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지 말라가 아닐까”라고 나름 분석했다.

“고인은 죽음으로 당신이 그리던 미투처리 전범을 몸소 실천했다”고 주장한 윤 의원은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말씀을 남기고 가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고인의 명예가 더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또 고소인 법률대리인의 기자회견을 언급하며 시장실 구조를 아는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침실 등 언어의 상징조작에 의한 오해 가능성에 대처하는 것은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라며 “고인은 부끄러움의 깨달음과 부끄러움의 결단과 함께, 사과의 순수한 죽음과 함께 걸어가셨다”고 추모했다.

이날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의 입장문을 대독했다. 고소인은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다”며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용서하고 싶었다.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있었다”고 했다.

고소인은 또 “용기 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나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다”며 “많은 분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지만 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은 현실에 내가 느꼈던 위력의 크기는 숨이 막힌다”고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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