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상해, 안 덥네… 시베리아가 한국 여름을 바꿨다

국민일보

어? 이상해, 안 덥네… 시베리아가 한국 여름을 바꿨다

입력 2020-07-14 16:54 수정 2020-07-14 18:21
긴팔 차림의 출근길 시민들. 국민일보DB

“밤에 에어컨을 안 켜고 자도 될 정도로 선선하네.”

7월 중순에 접어들었지만 폭염 대신 선선한 날씨가 나타나고, 남부지방에 국지적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등 이례적인 여름 날씨가 관찰되고 있다. 북서쪽에서 유입된 찬 공기가 장마전선의 북상을 막고 있기 때문인데, 지구 온난화로 인한 유례 없는 극지방 기온 상승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14일 기상청에 따르면 북태평양 가장자리에서 발달한 장마전선은 현재 중국 남부, 우리나라 제주도 남해안, 일본 큐슈지역 등에 걸쳐 길게 이어져 있다.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최근 중국 남부에는 한 달 넘게 폭우가 계속되며 38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일본 큐슈 지역에도 최근 일주일 이상 비가 쏟아지는 등 기록적인 폭우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장마는 예년과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달 10일 장마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해 한 달이 넘었지만 남부지방과 중부지방은 지난달 24일 시작되는 등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 장맛비가 본격적으로 내린 지난 주말 서울·경기도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50~100㎜의 비가 내린 반면 충청도와 남부지방 등에는 100~200㎜의 많은 비가 내렸다.

이처럼 남부지방에 장마가 집중되는 이유는 시베리아 대륙 고기압의 영향으로 장마전선이 북상하지 못한 채 제주도 인근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올해는 대륙 고기압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 유입된 찬 공기에 막혀 장마전선이 우리나라 중부지역 이상으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를 이례적인 여름 날씨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북극의 기온이 상승했고, 이로 인해 극지방의 찬 공기를 가두는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가 약해져 찬 공기가 남하하며 대륙 고기압을 강하게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극지방의 이례적인 기온 상승은 지난 겨울 날씨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3월 우리나라는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나타났고, 4월에는 대륙 고기압이 발달하며 우리나라로 북서쪽의 찬 공기가 유입돼 예년보다 쌀쌀했다. 지난 4월 22일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서울에 가장 늦은 눈이 관측되기도 했다.

장마는 7월말쯤 끝날 것으로 관측된다. 윤 통보관은 “장마철에서 벗어나는 시기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대개 7월 하순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달 말 장마가 물러나면 본격적으로 폭염이 시작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7월 말부터 8월 중순 사이 무더위가 절정에 이를 것”며 “8월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1.5도 높겠고 작년과는 비슷하거나 0.5도 정도 높겠다”고 내다봤다. 올 여름철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 오르는 폭염일수는 20~25일, 열대야일수는 12~17일로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보됐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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