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역배우 자매 사건 가해자들, 아직도 현장 누빈다”

국민일보

“단역배우 자매 사건 가해자들, 아직도 현장 누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제보 접수

입력 2020-07-14 17:43
연합뉴스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단역배우 자매 사건 가해자들이 여전히 드라마 현장에서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이같은 내용의 제보가 최근 접수됐다며 “비슷한 증언이 여러개 확보됐고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14일 밝혔다.

단역배우 자매 사건의 시작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원생이던 언니 A씨는 동생 B씨의 권유로 드라마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관계자 12명에게 약 3개월간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고, 이 사실을 경찰에 고소했지만 수사 도중 가해자들의 협박을 받고 취하했다.

또 그는 피해자에 대한 배려 없이 진행된 경찰 수사에 상심했으며 무분별한 2차 가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고통을 호소하던 A씨는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르바이트를 소개했던 B씨는 죄책감을 느끼고 언니를 따라 세상을 등졌다. 당시 “엄마, 복수하고 20년 뒤 만나자”라는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자매의 아버지 역시 두 딸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뇌출혈로 사망했다.

이 사건은 미투(Me Too)운동이 확산하던 2018년 여론의 힘을 받아 재조명됐다. 재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경찰도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그러나 공소시효 만료 등의 이유로 실제 재조사에 착수하지는 못한 채 종결됐다. 자매의 어머니 장연록씨는 유튜브 채널 ‘장연록’을 개설해 지금까지 딸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센터는 “피해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세상을 떠났지만 단역배우 업체들은 물론 방송사들은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한 사과나 반성의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며 “고용노동부나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유관 부처들도 제대로 된 실태조사나 정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보 내용을 확인하고 보조출연자가 경험하는 성차별, 성폭력 실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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