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제는 다 계획이 있었다? … 버티는 동안 1억7천↑

국민일보

조윤제는 다 계획이 있었다? … 버티는 동안 1억7천↑

기준금리 의결까지 포기하고 ‘보유’ 고집한 코스닥 3종목 모두 올라

입력 2020-07-15 17:20 수정 2020-07-16 09:2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 위기로 엄중한 시기에 기준금리 의결권 대신 주식 보유를 택해 빈축을 산 조윤제(68·사진) 금융통화위원이 뒤늦게 주식을 처분했다.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로부터 ‘직무상 부적절’ 판단을 받은 지 23일, 취임 후 85일 만이다. 가장 많은 금액을 보유했던 종목은 15일 종가 기준으로 조 위원 취임 이후 26% 올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쯤 “조 위원이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에 따라 16일 본회의에서 (기준금리 수준 등 통화정책 방향) 의결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 정부 초대 주미대사를 지낸 조 위원은 재산공개 대상자가 3000만원 넘는 주식을 보유하지 못하게 한 공직자윤리법에 걸려 그동안 금통위 주요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가 가진 주식 규모는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올해 1월 공개한 현황을 기준으로 9억3000만원어치에 달했다.

지난 4월 21일 취임한 조 위원은 주식 처분을 미루다 기한 마지막 날인 5월 20일 직무 관련성 심사를 청구하고 같은 달 28일 금통위 본회의에서 배제됐다. 그가 첫 기준금리 의결 당일 스스로 제척(불공정한 판단을 우려한 직무집행 자격 박탈)을 신청한 탓에 통화정책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의 책무보다 사익을 우선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조 위원이 빠진 금통위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위중한 대내외 경제상황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0%까지 낮췄다.

조 위원이 주식 처분에 나선 건 지난달 22일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가 주식 보유의 직무 관련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금통위원에서 물러나지 않는 한 주식을 팔아야 한다.

취임 전후로 기아자동차 등 5개 종목을 정리한 조 위원이 마지막까지 보유하려 한 주식은 정보보안솔루션업체 SGA, 무선통신장비업체 쏠리드, 수상화물업체 선광으로 모두 코스닥 상장 종목이다. 종목이 알려진 뒤 한은 내부에서는 “장관급인 주미대사까지 지낸 금통위원이 우량주도 아니고 이런 ‘잡주’를 놓기 싫어서 중요한 역할을 포기하느냐”는 한탄이 나왔다.

문제의 3개 종목은 전날 종가 기준으로 조 위원 취임 때보다 모두 올랐다. 신고 기준 9만6500주를 보유했던 쏠리드는 5990원에서 7310원으로 22.0% 뛰었고, 6000주였던 선광은 1만3900원에서 1만5850원으로 14.0% 올랐다. 74만588주를 산 SGA는 558원에서 600원으로 7.5% 올랐다.

조 위원이 이들 주식을 틈틈이 팔거나 더 사지 않고 당초 규모를 그대로 보유했다면 취임 당시 약 10억7468만원이었던 전체 평가액은 전날 12억4487만원으로 1억7000만원 넘게 불어났을 것이다.

조 위원이 직무 관련성 심사를 신청한 날(5월 20일)을 기준으로 수익률이 낮아진 종목은 SGA뿐이다. 이 종목이 18.1%(주당 133원) 내리는 동안 쏠리드와 선광은 각각 35.4%(1910원), 8.9%(1300원) 더 올랐다. 전체 평가금액으로는 11억5125만원에서 12억4487만원으로 9363만원 늘었다.

조 위원이 주식을 언제 샀는지, 실제 어느 시점에 팔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수익을 고려해 중간중간 유리한 시점에 팔지 않았겠느냐는 게 대체적 시선이다.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평일 업무시간 중임을 고려하면 이 역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가족 등 제삼자에게 대리 매매를 맡기지 않았다면 금통위원이 일과시간에 주식 거래를 한 셈이기 때문이다.

조 위원이 내외부에서 쏟아지는 비판을 무릅쓰고 버티는 동안 보유 종목 주가가 모두 크게 오르자 “주식 투자를 하려면 조윤제처럼 해야 한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주식은 남들이 뭐라고 하든 오를 때까지 버텨야 한다’는 뜻과 ‘명예보다는 실리’라는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이자 ‘경제멘토’로 불리며 금통위원 내정 당시 큰 주목을 받은 조 위원인 탓에 “급에 맞지 않은 모습이 실망스럽다 못해 한심하다”는 이들도 있다. 금통위원 역할에 앞서 주식 보유를 고집했던 조 위원의 선택은 당초 고향이자 지역구인 충북 청주의 집 대신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보유하려다 뭇매를 맞은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등 현 정부 주요 인사들의 ‘실리 챙기기’ 행태와 일맥상통한다.

전날 한때 7760원까지 올랐던 쏠리드는 이날도 3.28% 오른 7550원으로 마감하며 7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선광과 SGA는 전날보다 각각 1.58%, 1.67% 오른 1만6100원, 610원으로 마쳤다. 조 위원이 이들 종목을 대거 매수하게 된 경위는 확실치 않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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