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알렸다는데…서울시 책임자들은 모르쇠에 잠적

국민일보

피해자는 알렸다는데…서울시 책임자들은 모르쇠에 잠적

입력 2020-07-15 18:14 수정 2020-07-16 01:08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 연합뉴스

성추행을 당했다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경찰에 고소한 피해자가 이미 오래전에 이 사실을 ‘박원순의 사람들’에게 알렸는데, 정작 이를 들었다고 나서는 이는 아무도 없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심지어 박 전 시장의 정무직 비서진들은 사직한 뒤 연락조차 두절되는 등 잠적 정황마저 포착되고 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고소인인 A씨는 자신의 변호인과 여성단체 관계자들을 통해 “피해를 당한 직후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동료였던) 비서관에게 부서를 옮겨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에 대한 인사 책임을 진 시장 비서실장 전원은 한결같이 “전혀 듣지도, 알지도 못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A씨가 2015년 7월부터 4년 동안 비서실에 근무하는 동안 비서실장은 총 4명이다. 서정협 현 시장 권한대행(2015년 3월~2016년 7월)과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2016년 7월~2017년 3월),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2017년 3월~2018년 7월), 오성규씨(2018년 7월~2020년 4월) 순이다.

A씨는 오 실장 임기 중 타부서로 전보됐고, 그곳에서 올해 2월 6일 박 시장의 ‘심야 비밀대화’ 초대를 받는다. 이후 고한석씨(2020년 4월~7월)가 후임 비서실장으로 임명된다. A씨 측은 앞서 ”(박 시장의) 범행 시기는 비서실 근무 기간 4년과 (지난해 7월 타 부서) 전보 이후“라며 “점점 가해 수위는 심각해졌다”고 했다.

하지만 A씨의 마지막 비서실장인 오 전 실장은 A씨의 ‘구제 묵살’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성추행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알았다면 바로 고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요청과 관련해선 “비서실 책임자인 내게 요청이 들어온 게 없었다. 비서실의 인사 관리는 전적으로 실장 권한과 책임”이라고 했다.

지난해 A씨를 타부서로 전보시킨 데 대해선 “성추행과는 전혀 무관한 조치”라며 “오래 고생해서 소위 쉴 수 있는 자리로 보내준 것”이라고 했다.

김주명·허영 전 실장 또한 “재직 당시 성추행 관련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부인했다. 허 전 실장은 “인사 요청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서정협 권한대행 역시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서정협 권한대행은 비서실장 재직 당시 이번 사안과 관련된 어떤 내용도 인지하거나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박 전 시장의 정무라인을 일컫는 ‘6층 사람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박 전 시장 사망 이후 ‘기관의 장에 의해 임명된 별정직 공무원은 해당 기관장이 사퇴할 경우 면직된다’는 규정에 따라 당연 퇴직 처리된 뒤 취재진은 물론, 서울시 관계자들과도 아예 연락을 끊어버렸다는 것이다.

비서실 소속인 이들은 청와대·국회·시민단체와 소통하며 박 전 시장의 정치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여당과 시민단체 출신이 다수다.

6층 사람들 대다수를 차지하는 별정직 27명은 박 전 시장이 사망한 하루 뒤인 지난 10일부터 시청 발길을 끊었으며, 당일 박 시장 빈소를 마지막으로 모습을 감췄고, 연락조차 받지 않고 있다. 임기제인 특별보좌관들은 잔여 임기가 남았지만 역시 잠적 상태다.

A씨가 성추행 고충을 토로한 비서관도 별정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충 토로 당시 해당 비서관은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고 묵살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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