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팀닥터, 중학생 최숙현에 부적절한 마사지했다”

국민일보

[단독] “팀닥터, 중학생 최숙현에 부적절한 마사지했다”

전문 팀닥터 “아로마 마사지? 일반적이지 않아”, 성범죄 전문 변호사 “위계에 의한 강제추행 가능성”

입력 2020-07-16 16:59 수정 2020-07-16 19:20
트라이애슬론 선수 고(故) 최숙현(22)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주범 중 하나인 안주현(45) 운동처방사가 지난 2012~2013년 중학생이었던 최씨와 동료들을 대상으로 상의를 탈의시킨 뒤 아로마 오일 마사지를 하는 등 성추행으로 의심되는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수들은 “안씨는 대단한 사람”이란 김규봉 전 경주시청 감독의 말만 믿고 안씨의 손길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13일 고 최숙현 선수 사건과 관련해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팀 운동처방사 안모(45)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북 경주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그는 기자들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한 뒤 차에 탔다. 연합

최씨와 함께 운동했던 A씨는 14일 국민일보와 만나 “훈련이 끝난 뒤 안씨가 몸을 진정시켜준다며 상의 속옷까지 다 벗으라고 한 뒤 몸 위로 올라타 어깨, 등, 다리, 허벅지 등에 오일 마사지를 해줬다”며 “생리통이 심할 땐 허리에 마사지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마사지는 보통 경북 경산의 경산시장 근처 팀 숙소였던 모텔 방이나 안씨가 근무했던 내과 등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졌다. 최씨가 수영에서 트라이애슬론으로 전향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뛰었던 경북 트라이애슬론 팀 선수들이 모두 마사지의 대상이었다. 다른 동료 B씨는 “안씨가 모텔 방바닥에 누우라고 한 뒤 브라자 끈을 풀라고 했는데, 당시 한 공간에 남자 선수들이 함께 있었던 적도 있다”며 “병원에선 커튼을 친 병상 안쪽에 안씨와 단둘이 있는 상태에서 마사지를 받았다”고 상기했다.

선수들은 안씨의 마사지에 민망함을 느꼈지만 문제제기하지 못했다. 김 감독과 안씨의 권위 때문이었다. 당시 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경북체육회 소속이었던 김 감독은 ‘경북 트라이애슬론의 아버지’ 같은 위상을 갖고 있었다. 꿈나무 육성을 한단 명목으로 제자가 책임지던 중학생 팀 선수들을 일일이 지도하기도 했다. 김 감독과 2008년부터 함께하게 된 안씨도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개입됐다. A씨는 “당시엔 ‘안씨가 대단한, 높은 사람이다’란 말을 김 감독에게 들었던 터라 민망함을 느꼈지만 시키는 대로 했다”고 떠올렸다.

안씨의 손길은 경북체중·고교의 다른 학생들에게까지 미쳤던 걸로 파악됐다. 안씨가 근무했던 병원장은 “물리치료실 보조원이었던 안씨는 체육 선수들에게 애착이 있어 마사지 서비스도 해줬는데 그게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라며 “젊은 학생들의 ‘친구’로서 신망이 높았다”고 말했다. B씨도 “트라이애슬론 종목 외 체중·고 학생들도 그 병원을 많이 이용했다”고 밝혔다.

안씨는 최근 경주시청 팀 선수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했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주시청 피해 선수들은 “치료를 이유로 가슴·허벅지를 만지는 등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 “뺨을 때리곤 ‘내가 널 얼마나 이뻐했는데’라며 볼에 뽀뽀했다”는 증언을 내놓은 바 있다. A씨는 “사건이 터진 뒤 안씨에게 몸을 맡겼단 사실이 너무 싫었고, 지난 3주 동안 매일 밤 잠을 못 잘 정도로 울었다”고 했다.

장세인 스포츠한의학회 부회장은 “정형외과 의사든 한의사든 팀닥터는 물론이고 트레이너들도 아로마 마사지는 절대 안 한다”며 “특히 여성 선수들은 맨살을 드러내야할 경우 수건으로 가리는 등 더 조심해 치료하는데 심지어 자격도 없는 사람이 그런 행위를 했다는 게 당황스럽다”고 했다.

이은의 이은의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원치 않았지만 문제제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사지를 받았다면 위계에 의한 강제추행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산·칠곡·구미=이동환 정우진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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