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미혼모 위해” 11살 꼬마가 레모네이드 파는 이유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미혼모 위해” 11살 꼬마가 레모네이드 파는 이유

입력 2020-07-20 05:30
지역사회 주민들과 비영리단체 'Kids 4 Change 757' 사람들이 레모네이드 판매대에 서있다. CNN 캡쳐

카티어 칼리(11)는 자그마한 천막 밑에서 레모네이드를 팝니다. 11살 꼬마가 만드는 투박한 레모네이드가 전문점보다 맛이 있진 않을 것 같은데, 매출이 3일 만에 3000달러(한화 약 361만원)를 돌파했습니다. 그런데 이 꼬마는 번 돈을 기저귀와 물티슈를 사는 데 모두 쓰고 있다고 합니다. 칼리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미국 CNN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레모네이드를 포함한 여러 음료를 팔아 번 돈으로 미혼모를 돕는 칼리의 이야기를 보도했습니다.

칼리는 자신이 직접 세운 비영리단체 ‘Kids 4 Change 757’ 회원들, 미국 버지니아주 햄프턴에 거주하는 지역민들과 함께 작은 천막 아래에서 레모네이드를 포함한 여러 음료를 팝니다.

수익금 전액은 어려운 미혼모에게 기저귀와 물티슈를 보내는 데 쓰입니다. 칼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다른 이들에게 끼친 피로를 풀어주고 싶었다. 힘들게 나아가고 있는 미혼모들을 돕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칼리의 어머니 브리타니 스튜어트는 “칼리는 판매 수익금 1원도 자신에게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 매일 미혼모들을 위해 기저귀를 사주고 싶어할 뿐이다”고 전했습니다.

지역사회 주민들과 비영리단체 'Kids 4 Change 757' 사람들이 판매 자금으로 기저귀를 구매했다. 이 기저귀는 도움이 필요한 미혼모에게 전달된다. CNN 캡쳐

칼리는 어려운 이웃돕기는 처음이 아닙니다. 칼리는 올해 초 단체 회원들과 ‘카르티(Carti) 팩’이라는 이름으로 구호 물품 패키지를 만들었습니다. 패키지는 탈취제, 비누, 휴지로 구성됩니다. 모두 노숙자들을 돕기 위한 물품입니다.

칼리는 “이 단체의 목표는 내가 속한 공동체에 도움을 주고, 세계에 있는 모든 청년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라며 “‘내가 공동체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운동(미혼모와 노인을 포함한 취약계층 지원 등)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고 말했습니다.

칼리의 어머니는 ‘이타심’이 아들의 추진력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튜어트는 “아들은 항상 누군가를 돕기를 원했다.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나이를 먹을수록 커졌다”며 “우리는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칼리의 선행은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칼리가 도움을 준 사람들은 그를 찾아와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지난 17일 ‘Kids 4 Change 757’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칼리에게 울먹이며 “고맙다”고 말하는 미혼모의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칼리가 3일 만에 레모네이드를 360만원어치나 팔 수 있었던 이유도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죠.

햄프턴 주민들이 레모네이드를 360만원어치나 사간 이유는 고마움일 겁니다. 코로나19가 공동체를 위협하고 있는 시기에 이런 연대는 더욱 빛납니다. 하지만 부끄러움도 함께 느꼈을 겁니다. 어른들이 못하는 일을 11살 꼬마가 앞장서서 하고 있으니까요. 우리도 어려운 이들을 돕는 건 어떨까요? 칼리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려움을 겪는 이웃에게 큰 힘이 될 겁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준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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