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몰아주기’… 밀가루·계란 등 통행세 매긴 SPC

국민일보

‘계열사 몰아주기’… 밀가루·계란 등 통행세 매긴 SPC

부당 내부거래 과징금 647억원 부과

입력 2020-07-29 15:06 수정 2020-07-29 15:43
SPC삼립. 연합뉴스

국내 제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SPC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SPC삼립에 7년간 부당하게 수백억원의 이익을 몰아줘 부당지원 관련 역대 최대 과징금을 물고 검찰에도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룹 내 부당지원(부당 내부거래) 행위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SPC그룹에 과징금 647억원을 부과하고 총수인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조상호 전 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전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등 부당지원에 참여한 3개 계열사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29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SPC그룹은 2011년 4월 1일부터 2019년 4월 11일까지 그룹 내 부당지원으로 삼립에 총 414억원의 이익을 몰아줬다. 특히 계열사를 통한 ‘통행세 거래’로 381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삼립에 제공했다.

SPC그룹은 파리크라상, SPL, 비알코리아 등 3개 제빵계열사가 밀가루, 계란, 생크림, 우유 등을 생산하는 8개 생산계열사에서 210개 품목의 원재료·완제품을 공급받는 과정에 역할이 없는 SPC삼립을 끼워 넣어 평균 9%의 이윤을 남기도록 했다.

제빵계열사들은 2013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밀다원이 만든 밀가루 2083억 원어치를 SPC삼립을 통해 구매하면서 5%의 통행세를 물었고, 2015년부터는 에그팜(액상계란), 그릭슈바인(육가공품), 호남샤니(생크림, 잼, 스낵), 설목장(우유), 에스데어리푸드(유제품), 샌드팜(샌드위치), 호진지리산보천(생수) 등 7개사의 제품에 대해서도 적게는 3%, 많게는 44%까지 통행세를 냈다.

SPC그룹은 이 과정에서 제빵 기술을 가진 SPC삼립이 생산계획 수립과 재고관리, 영업, 물류 등에서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중간 유통업체로서 삼립의 실질적인 역할이 없었고 그룹 차원에서 제빵계열사들의 구매를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또 밀가루의 경우 2017년 기준 전체 물량의 97%를 밀다원에서 공급받았는데 다른 밀가루에 비해 가격이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SPC는 삼립을 통한 통행세 거래가 부당지원에 해당하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허영인 회장이 주관하는 주간경영회의에서 통행세 혐의를 피하고자 삼립의 표면적 역할을 만들고 다른 업체의 밀가루와 단가 비교가 어렵게 판매제품을 차별화하도록 하는 등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결국 이러한 부당지원이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으로 봤다. SPC그룹은 지배회사인 파리크라상의 허영인 회장 지분율이 63.5%이고 2세인 허진수·허희수씨의 지분율은 총 32.9%로 낮아, 2세 지분이 상대적으로 많은 SPC삼립의 가치를 높였다는 것이다.

조사과정에서 확보한 내부자료에 따르면 SPC그룹은 상장사인 SPC삼립의 주식가치를 높인 후 2세들이 보유한 주식을 파리크라상에 현물 출자하거나 주식 교환하는 방식으로 2세의 파리크라상의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흐름에서 2011년 샤니가 SPC삼립에 판매망을 저가 양도하고, 상표권을 무상 제공한 것과 2012년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밀다원 주식을 시가보다 낮게 삼립에 양도한 것도 부당한 지원이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지원 주체인 파리크라상에 252억원, SPL 76억원, 비알코리아 11억원, 샤니에 15억원을, 지원을 받은 SPC삼립에는 291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SPC그룹 측은 “계열사 간 거래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직계열화 전략”이라며 “삼립은 총수일가 지분이 적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회사로 승계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총수가 의사결정에 관여한 바도 없는데 과도한 처분이 이뤄져 안타깝다”고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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