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사람이 먼저죠?”… 부산 지하차도 유족 청원

국민일보

“대통령님, 사람이 먼저죠?”… 부산 지하차도 유족 청원

입력 2020-07-29 15:34
지난 23일 사망자가 3명 나온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이 수색작업을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부산에 내린 집중호우 때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 갇혀 숨진 희생자 3명의 유족이 부산시와 정치권이 지금껏 제대로 된 설명과 위로조차 없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통령님! 사람이 먼저죠? 맞죠?’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자신을 이번 사고로 숨진 20대 여성의 삼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부산 시내에서 3명이 익사했습니다. 대통령도 아시는 길일 겁니다. 부산역 옆 부둣길로 가는 지하차도요”라며 운을 뗐다.

청원인은 “부산이 하루아침에 세워진 도시가 아닌데 도시 한가운데서 사람이 물에 빠져 죽었다”면서 “여러 말 않겠다. 부산시장 대행, 민주당 부산시당과 면담한 녹취가 있는데 내용을 들어보면 이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들어보시려거든 언제든 보내드리겠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님의 연락을 기다린다”며 글을 맺었다.

청원인의 녹취 파일에는 사고 직후 조카가 숨진 사실을 들었을 때의 황망함과 장례식 후인 27일 부산시청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민주당 부산시당 등을 찾아가 하소연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인은 민주당 부산시당에 찾아가 “부산시장(권한대행)을 찾아갔지만, 당연히 안 만나줬고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도 부산에 내려왔는데 가장 큰 피해를 본 유족들을 이야기도 듣지 않고 뭘 보고 갔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우경보에도 매뉴얼대로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은 것은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라며 “이렇게 시스템이 무너지도록 놔둬놓고 사고가 났는데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다. 나라가 바뀌라고 민주당을 찍어줬는데 바뀐 게 무엇이 있느냐”고 항변했다.

부산 지하차도 유족이 올린 국민청원. 연합뉴스

그는 “규모는 다르지만, 시스템이 무너진 것은 세월호와 똑같다”면서 “민주당은 그런 부분에서 책임을 가져야 하며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사고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부산시당에서도 지난주 금요일 관련 성명을 냈고 유족들이 원하는 진상규명 등을 위해서 당에서도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유족은 부산시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는 사정이 담긴 언론 보도 후 사고 나흘 만에 입장표명을 한 변성완 부산시 권한대행을 만났으나, 진심어린 사과나 진상규명 약속 대신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하고 유족들이 소송하면 받아들이겠다”는 취지의 답변만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유족들은 부산시와 동구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현재 유족이 올린 국민청원은 사전동의 100명 이상이 돼 곧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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