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의원이 ‘윤희숙 연설’ 지적 맞았어도 역풍 맞은 이유

국민일보

박범계 의원이 ‘윤희숙 연설’ 지적 맞았어도 역풍 맞은 이유

입력 2020-08-02 07:21 수정 2020-08-02 10:05
뉴시스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5분 명연설의 주인공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을 저격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엉뚱한 표현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 박 의원은 문제의 표현을 삭제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의원을 겨냥해 “임차인을 강조하셨는데 소위 오리지널은 아니다. 국회 연설 직전까지 2주택 소유자이고 현재도 1주택 소유하면서 임대인”이라고 지적했다.


“4년 뒤 월세로 바뀔 걱정?”라고 반문한 박 의원은 “임대인들이 그리 쉽게 거액 전세금을 돌려주고 월세로 바꿀 수 있을까? 갭투자로 빚내서 집 장만해 전세로 준 사람은 더하다. 어찌 됐든 2년마다 쫓겨날 걱정, 전세금 월세 대폭 올릴 걱정은 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의 극찬? 일단 의사당에서 조리 있게 말을 하는 건, 눈 부라리지 않고 이상한 억양 아닌, 그쪽에선 귀한 사례니 평가”라고 한 박 의원은 “그러나 마치 없는 살림, 평생 임차인의 호소처럼 이미지 가공하는 건 좀”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30일 윤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한 자유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당시 윤 의원은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여 통과시킨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단상에 오른 윤 의원은 “나는 임차인이다”고 운을 뗀 뒤 “지난 5월 이사 후 지금까지 ‘집주인이 2년 있다 나가라고 하면 어떡하나’는 걱정을 달고 산다.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도 들어가는구나’는 생각이 든다. 더 전세는 없구나, 그게 내 개인적인 고민이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의 연설은 ‘사이다 발언’이라며 호평을 받았다.

찬사가 쏟아지자 박 의원은 윤 의원의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대목을 지적하며 ‘임대인’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12억42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부동산은 서울 성북구와 세종시에 주택 1채씩을 보유했다. 최근 세종시 아파트를 매각했고, 성북구 아파트는 임대를 준 상태다. 21대 총선에서 서초갑 출마를 위해 지역구 내 주택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연설문 전문에서 ‘저는 임차인입니다’를 ‘저는 임대인이자 임차인입니다’로 정정했다. 그러나 논란은 박 의원의 ‘눈 부라리지 않고 이상한 억양’이라는 표현에서 불거졌다.

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말씀하신 ‘이상한 억양’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라”며 “마치 특정 지역을 폄하하는 듯 들린다. 금도를 넘었다”고 사과를 촉구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희숙 의원이 너무 뼈를 때리는 연설을 했나 보다”며 “박 선배답지 않은 논평을 하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논리가 부족할 때 가장 쉽게 쓰는 공격 기술이 ‘메신저를 때려 메시지에 물타기’”라고 한 장 의원은 “박 의원이 ‘임대인’ ‘오리지널’ ‘가공’ 이런 공격적 단어까지 쓰면서 그런 기술을 쓴다”고 지적했다.

“많은 전문가가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밀어붙인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전세가 월세로 대거 전환돼 국민의 주거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점을 걱정하고 있다”고 한 장 의원은 “부정만 하지 말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일자 박 의원은 ‘눈 부라리지 않고 이상한 억양’이라는 대목을 삭제했다. 하지만 많은 네티즌은 박 의원 페이스북에 몰려가 “본인은 3주택자이면서 1주택자인 윤 의원을 지적할 수 있느냐” “임차인 대변한 연설로 봐야지 개인 신세 한탄 정도로 받아들였느냐” 등의 비난을 쏟아부었다.


윤 의원을 공개적으로 호평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박 의원을 비판했다. 그는 “박 의원은 괜히 불필요한 표현을 집어넣었다가 역공을 당하는 상황인데 박 의원 자신도 부동산을 여러 건 가졌다니 그런 지적을 할 처지는 아니다”고 꼬집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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