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살며 처음” “노모 찾으러…” 긴급대피한 여주 주민들

국민일보

“50년 살며 처음” “노모 찾으러…” 긴급대피한 여주 주민들

입력 2020-08-02 17:17
2일 홍수경보가 내려진 경기 여주시 청미천 원부교 지점 부근 마을의 일부 주택이 물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경기남부 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범람 위험이 있는 여주 청미천 원부교 인근에 2일 긴급 대피명령이 내려졌다. 옷가지만 급히 챙겨 피신한 주민들은 “이런 물난리는 처음 겪는다”며 걱정스러워했다.

여주시는 이날 청미천을 가로지르는 원부교 지점에 내려졌던 홍수주의보가 오전 8시50분을 기해 홍수경보로 격상되자 버스 1대를 동원, 원부리 마을 주민 20여명을 대피시켰다. 시는 애초 주민들을 원부리 마을회관으로 대피시키려 했으나, 저지대인 점을 고려해 고지대인 점동초·중학교로 대피장소를 변경했다.

대부분 고령인 주민들은 갈아입을 옷 몇 벌만 겨우 챙겨 마을을 빠져나왔다고 했다. 마을 이장이 안내 방송을 통해 상황을 알렸고, 시청과 면사무소 직원들도 나서 대피를 도왔다. 점동초 1층 과학실에 모인 주민 10여명 중 한 명은 “원부리에 산 지가 50년인데, 피난까지 온건 처음”이라며 “밤에 비가 더 온다는데 걱정이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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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김춘택(68)씨는 “오전 10시 조금 넘어 마을을 나설 때 보니 교량이 잠길 듯 하천물이 찰랑찰랑했다”면서 “혹시나 해서 책과 가전제품만 우선 책상 위에 올려놓고 나왔다”고 이날 연합뉴스에 말했다. 다른 주민 A씨(75)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평소 먹는 약도 못 챙기고 휴대전화만 가지고 나왔다”며 “오후부터 비가 더 온다는데 혹시나 우리 집이 물에 잠기는 건 아닐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한 중년 남성이 원부리에 거주하는 어머니가 연락두절 상태라며 학교를 찾아오기도 했다. 그는 교실 한편에서 쉬고 있던 어머니를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00여명의 주민들 가운데는 자택에 머물거나 다른 가족의 집을 찾아간 경우도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점동초 3개 교실에 주민 30여명이 모여있었으나, 내일 학생들이 등교할 예정이라 오후 2시40분쯤 옆에 있는 점동중학교로 이동했다.

여주시는 원부교 부근의 수위가 심각 단계(7.6m)에 근접한 7.3m까지 오르면서 주민 대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청미천이 범람하면 장호원읍 저지대 시가지와 점동면 농경지 등이 침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피 중인 주민들을 방문한 이항진 여주시장은 “청미천 상류인 안성과 이천 등에도 많은 비가 내렸고, 밤에도 비 예보가 추가로 있다”며 “오늘 중으로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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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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