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대신 폭염 예측했던 기상청, 왜 ‘못믿을 곳’ 됐나

국민일보

장맛비 대신 폭염 예측했던 기상청, 왜 ‘못믿을 곳’ 됐나

한국지형에 맞는 수치예보모델은 업데이트 중

입력 2020-08-04 17:25 수정 2020-08-04 18:01
서울 전역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지난 3일 한강 수위 상승으로 서울 잠수교가 전면 통제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장마전선이 한반도 중부지방에 연일 많은 비를 쏟아내면서 기상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당초 기상청은 이번 여름 긴 장마 대신 폭염이 오랜 시간 이어지겠다고 예보했다. 그러나 남부지방에서는 장마기간이 49일을 기록하며 최장기록을 갈아치우는 정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4일에도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릴 것으로 예측했지만 빗나갔다. 예보 시스템 발전이 기후가 변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여름 장마 예보가 빗나간 가장 큰 원인으로 예측하기 어려웠던 동시베리아의 이상고온 현상을 꼽는다. 북극과 인접한 이 지역 기온이 평년에 비해 크게 올라 얼음이 녹은 찬 공기가 한반도에 내려왔다. 찬 공기가 더운 공기를 몰고 오는 북태평양 고기압대와 강하게 부딪히면서 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비를 뿌리는 것이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대기 온도가 갑자기 높아지면 대기 흐름이 휘돌아 남쪽으로 향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국 대륙에 걸쳐있는 4호 태풍 하구핏이 한반도에 끊임없이 수증기를 공급하는 것도 최근 집중호우의 원인이다.

반대로 지난해에는 한반도 주변 바다의 수온이 크게 올라 더운 공기를 머금은 북태평양 고기압대가 크게 발달했다. 열대성 저기압대인 태풍도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해 1959년 이후 한반도에 가장 많은 7개의 태풍이 영향을 준 해로 기록됐다.

한강 상류에 내린 호우로 한강과 중랑천의 수위가 상승하면서 3일 서울 중랑구 장안교 인근 중랑천 야외수영장이 물에 잠겨 있다. 권현구 기자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여름철 예보에 북극 근방의 고온현상에 대한 예측이 포함되지 않아 실제 예보와 큰 차이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후변화의 속도가 빨라 예보기술의 발전과 적용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직 기상청 고위 간부도 “이상기후 현상이 어디에서 어떻게 얼마나 나타날지 몰라 장기예보가 단기예보보다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이 완전하게 정착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기상청은 지난 4월 한국의 지형과 기상 특성을 반영한 KIM을 도입했다. 향후 3년 동안 영국형 모델(UM)과 함께 예보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 기상 데이터 등의 업데이트가 완벽히 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기상청 예보관들은 KIM이 잘 들어맞는 부분과 들어맞지 않는 부분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은 KIM을 다루는 별도 연구팀을 꾸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물리과정과 역학모델 등을 업데이트 했고, 오는 10월과 11월에는 기상데이터를 추가로 입력해 KIM의 예보시스템에 적용할 계획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KIM 도입은 책으로 따지면 초판이 막 발행된 셈”이라며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데이터가 쌓이면 더 정확한 예보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력 부족도 예보의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따르면 기상청은 7명을 1개조로 해 4팀이 돌아가면서 12시간씩 예보업무를 보고 있다. 예보관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육체적 스트레스(94%)와 정신적 스트레스(87%) 강도가 높다고 응답했다. 예보관 출신 기상청 관계자는 “예보관들 중 다수가 스트레스로 불면증을 호소한다”며 “장비확충 만큼 데이터를 해석하는 예보관의 근무환경 개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