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상태 2점, 마음은 6점” 故고유민 사후에야 공개된 진심

국민일보

“몸 상태 2점, 마음은 6점” 故고유민 사후에야 공개된 진심

입력 2020-08-05 15:03
스포카도 유튜브 캡처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전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 소속 고(故) 고유민(25) 선수가 생전에 찍은 유튜브 영상이 공개됐다.

지난 3일 유튜브 채널 ‘스포카도’에는 ‘故고유민 선수의 전하지 못한 진심’이라는 제목으로 영상이 올라왔다. 스포카도 측은 악플로 고통 받는 선수가 더이상 없길 바라는 유족의 요청에 따라 영상을 올린다고 했다.

고 선수는 스포츠 멘탈코치 최선호씨와 고민 상담을 했다. 요즘 자신의 몸과 마음은 10점 만점에 몇 점이냐고 묻자 고 선수는 몸은 2점, 마음은 6점이라고 답했다. 고 선수는 “몸이 많이 안 좋아진 걸 요즘 많이 느낀다”며 “밥도 잘 안 챙겨먹고 잠도 잘 안자고 그러니까 확 안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 시절보다 마음은 편안하다”며 “운동했을 때는 ‘다음날 또 어떻게 운동하지’ 이런 생각 때문에 힘들었다. 평일에는 하루하루 견디는게 많았다. 지금은 운동도 안해도 되고 다음날 스트레스도 미리 생각 안해도 되고… 그래서 마음은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슬펐던 순간으로는 리베로로 역할이 바뀌었을 때라고 했다. 고 선수는 “저희 팀이 우승을 하느냐 마느냐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 때 리베로를 맡은 언니가 다쳤다. 그리고 나서 제가 리베로를 맡았는데 저는 리베로 연습을 해본 적이 없었다. 14년 동안 레프트를 했는데도 맨날 욕을 먹는데 왜 내가 노력을 해보지 않은 포지션에 가서 그렇게 욕을 먹어야 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악플러들이 ‘네가 리베로냐’ ‘네가 배구선수냐’ ‘내가 발로 해도 그것보다 잘하겠다’ 댓글을 달았다. 그런 악플을 보면서 ‘내가 어렸을 때부터 리베로를 했으면 상관없는데 나는 리베로가 아닌데 왜 이렇게 욕을 먹어야 하지? 이 정도면 넘어가 줄 수 있는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스포카도 캡처

심적 부담을 느낀 고 선수는 감독에게 찾아가 리베로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고 선수는 “이후에 새로운 투 리베로 아이가 들어왔다”며 “제가 6년 동안 프로 선수를 하면서 해보지 못한 수훈 선수를 걔가 했다. 후배를 응원해주고 싶다가도 너무 심적으로 힘들었다. 힘들어도 행복한 척, 좋은 척을 많이 했다. ‘나는 왜 이렇게 성격이 못돼 처먹었나’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고 선수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며 “그 안에 배구가 들어있는지는 모르겠다. 어떤 사람이 다이렉트로 ‘돈 떨어졌다고 배구판 돌아올 생각하지 말아라’ 문자가 왔다. 다시 복귀하면 그게 이슈가 돼서 얼마나 욕을 먹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이를 듣던 멘탈 코치는 “유민님이 그동안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못 벗어났을 수도 있다”며 “긍정의 진정한 뜻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가 힘들구나, 힘들었구나, 내가 이런 것들을 좀 더 질투하고 싫어할 수 있었구나’ 그랬으면 괜찮았을 거다. 숨어 있지 말고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생각해봐라”라고 조언했다.

스포카도 캡처

앞서 경기 광주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오후 9시40분쯤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고 선수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고 선수의 전 동료가 계속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아 걱정돼 자택을 찾았다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외부인의 침입을 비롯한 범죄 혐의점이 없는 점에 비춰 고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유족과 협의해 조만간 부검을 할 예정이다.

김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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