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CIA요원의 분석 “베이루트 폭발은 군수품 때문”

국민일보

전직 CIA요원의 분석 “베이루트 폭발은 군수품 때문”

레바논에서 다년간 근무, 폭발 영상 분석…“창고 아닌 무기보관소, 군수품과 추진체 있었을 가능성”

입력 2020-08-05 16:49 수정 2020-08-05 17:09
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의 대규모 폭발 현장에서 소방헬기 한 대가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4일(현지시간) 발생한 초대형 폭발 참사가 질산암모늄이 아닌 군수품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동 근무 경험이 많은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로버트 배어는 “질산암모늄이 항구 창고에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대규모 폭발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그는 폭발이 일어난 창고는 무기 보관소이고, 그곳에 군사용 탄약과 로켓 등의 추진체가 있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로 인근 거리에 무너진 건물과 깨진 유리창 잔해가 널려 있다. AP연합뉴스

배어는 특히 폭발 영상에 나오는 주황색 원을 언급하며 “이것은 분명한 군사적 폭발물”이라며 “질산암모늄 같은 비료가 아니다”고 말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흰색 가루가 질산암모늄이고 이것이 첫 번째 폭발을 일으켰을 수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두 번째 폭발은 군수품이 터지면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폭발은 10㎞ 떨어진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질 정도로 강력했다.

그는 “나는 레바논에서 몇 년간 일했다”며 “그들은 군사용 폭발물을 항구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의 대규모 폭발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부상자를 들것에 실어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베이루트 폭발 참사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로선 항구 창고에 쌓여 있던 질산암모늄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레바논 정부는 질산암모늄 2750t이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6년간 창고에 보관돼 있었다고 밝혔다. 질산암모늄은 주로 농업 비료로 활용되지만 폭약이나 폭탄 원료로도 쓰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참사로 최소 78명이 숨지고 4000명 넘게 부상 당했다. 폭발 당시 원자폭탄이 터진 것처럼 흰 구름이 부풀어 올라 버섯 모양으로 치솟았다. 검은 연기가 인접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번졌다.

이번 폭발 참사는 반시리아 운동의 구심점이던 라피크 하라리 전 총리 암살 사건에 대한 판결을 사흘 앞두고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암살 배후로 지목된 이슬람 시아파 조직 헤즈볼라와 폭발 사고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유엔 특별재판소는 오는 7일 총리 암살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헤즈볼라 대원 4명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레바논에서는 2005년 하라리 총리 암살 이후 반시리아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다. 레바논 정계는 반시리아 대 친시리아로 양분됐고, 양 세력간 갈등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헤즈볼라는 시리아와 가까운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