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곡괭이 난동’ 영상 보니…“경비 허술” VS “매뉴얼대로”

국민일보

KBS ‘곡괭이 난동’ 영상 보니…“경비 허술” VS “매뉴얼대로”

입력 2020-08-06 16:39 수정 2020-08-06 17:13
KBS 여의도 본관 '곡괭이 난동' 뒤 라디오 스튜디오 모습. 연합뉴스(독자 제공)

KBS 라디오 ‘황정민의 뮤직쇼’ 스튜디오에서 5일 발생한 ‘곡괭이 난동’ 사건의 현장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신원 미상의 남성이 곡괭이를 들고 나타나 스튜디오 유리를 부수는 데도 별다른 대처 없이 안절부절못하는 KBS 안전요원들의 모습이 담겼다.

이날 중앙일보가 공개한 1분28초짜리 영상은 곡괭이를 들고 스튜디오로 직행하는 한 남성의 모습으로 시작됐다. 남성은 스튜디오 쪽으로 다가가 “황정민 나와”라고 소리치며 유리창을 내리쳤다. 안전요원들이 그 남성과 가까운 거리에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제압하지 못했다. 한참 후에야 남성의 근처로 간 한 요원이 곡괭이를 빼앗으려는 듯 몇 차례 멈칫댔고, 경찰 사이렌 소리가 들리자 남성이 그 요원에게 곡괭이를 넘겨줬다.

앞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5일 오후 3시40분쯤 생방송 중인 KBS쿨FM(89.1㎒) ‘황정민의 뮤직쇼’ 스튜디오에 나타나 난동을 피운 혐의(특수재물손괴)로 A씨(47)를 체포했다. 체포 당시 A씨는 곡괭이 이외에도 가방에 가스총과 작은 곡괭이 2개를 더 소지하고 있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휴대전화가 25년째 도청당하고 있는데 다들 말을 들어주지 않아 홧김에 그랬다”고 진술했다.

당시 방송은 진행자인 황정민 아나운서가 자리를 피하면서 종료됐다. 황 아나운서는 현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증상을 호소 중이며,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BS 공영노조 측은 “안전요원들의 허술한 경비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만 부끄럽기 짝이 없는 사건”이라며 책임자 문책과 사건 발생 원인에 대한 조사, 문제점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KBS 건물은 현행 통합방위법상 대통령령 제28호에 따라 국가중요시설 가급으로 분류된다. 철저한 방호계획이 필수적인 국가중요시설”이라며 “조직기강이 무너져도 이렇게 무너졌는지 국민에게 민망하기 짝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KBS는 당시 안전요원들이 ‘조치 매뉴얼’ 대로 행동했다는 입장이다. KBS 측은 6일 낸 입장문에서 “안전요원들은 추가 불상사 예방을 위해 난동자를 자극하지 않고 안전한 장소로 유도한 뒤 경찰에 인계했다”며 “외부에 유포된 동영상에는 난동자를 제압하고 경찰에 인계하는 과정이 빠져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라디오 오픈 스튜디오는 청취자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볼 수 있는 곳에 있다. 안전요원들은 인명피해가 날 것을 우려해 남성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주변을 에워싸는 방식으로 제지에 나섰던 것”이라며 “물론 난동자가 스튜디오 진입을 시도했다면 즉시 강력한 제압에 나섰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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