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게 현금 받았다가 44년 일한 빵집서 해고된 英직원

국민일보

노인에게 현금 받았다가 44년 일한 빵집서 해고된 英직원

입력 2020-08-08 05:33
버드 베이커리 외관. 데일리메일 캡쳐

44년 동안 제과점에서 일한 여성이 노인들에게 현금 결제를 허용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회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잠잠해질 때까지 ‘카드 결제’ 지침을 세웠는데 여성이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영국 시민들은 여성의 복직 또는 회사의 보상을 요구하는 청원을 올렸다. 1만 2000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영국 노팅엄셔주에 있는 허밍버드 베이커리에서 44년 동안(점장으로 25년) 일한 메간 멕칼페(60)는 지난 6월 해고됐다. 메간이 노인들에게 현금 결제를 허용해서 제과점의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어겼다는 것이 이유였다. 제과점은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카드 결제만 허용했다.

메간은 고령자들을 배려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데일리메일과 인터뷰에서 “나는 제과점의 코로나19 대응 지침에 어긋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옳은 일을 해야 했다”며 “고령자들은 대부분 카드를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현금 180달러(한화 약 22만원)를 현금으로 받았다. 대신 그 금액을 내 카드로 결제했다. 영수증도 다 보관했다”고 했다.

메간은 노팅엄셔 라이브 인터뷰에서도 “그들은 이미 먹을 것들을 가져와서 살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어르신들이 카드가 없다는 이유로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나는 옳은 일을 했기 때문에 매우 화가 났다”고 밝혔다. 메간은 “내가 그렇게 함으로써 직원들을 위협한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밝혔다.

제과점 측은 메간의 규정 위반이 심각했다는 입장이다. 버드 베이커리의 총 책임자인 레슬리 버드는 “우리는 직원과 고객의 안전을 매우 진지하게 생각한다. 코로나19 기간에 매우 엄격한 규칙을 세운 이유”라며 “우리의 주 고객은 노인들이다. 그들은 매우 취약하다. 그들을 지킬 의무가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레슬리는 또 “다른 음식점처럼 우리는 소비자들에게 신용카드 사용을 요구한다. 지폐나 동전은 깨끗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이건 그 돈을 만지는 직원들에게 2차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메간은 우리의 보건안전 규정을 위반했다. 그 문제 때문에 메간을 떠나보낸 건 유감스럽다”고 했다.

영국 시민들은 메간을 지지하고 있다. 메간의 복직 또는 회사의 보상을 요구하는 글이 청원 전문 사이트 ‘change’에 올라왔다. 청원인은 이 글에서 “그는 친절을 베풀었기 때문에 직장과 수년간의 혜택을 잃었다”며 “노팅엄 사람들은 회사의 결정이 정말로 역겹다고 생각한다. 이건 버드 베이커리 같이 명망 있는 기업이 할 행동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청원인은 또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걸 어려워한다”며 “우리는 버드보다는 해고된 직원이 소비자를 행복하게 해준다고 느낀다”고도 했다. 청원인은 1만 5000명의 동의를 목표치로 설정했다. 3일 오후 기준 1만2000여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데일리메일 기사에 달린 댓글도 제과점에 비판적인 입장이 많다.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은 “나는 이 제과점을 전염병처럼 피할 것이다”라며 “그들은 수년 동안 그 제과점을 찾은 노인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일부 시민들은 제과점 보이콧을 시사하기도 했다.

박준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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