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외려 ‘역차별’ 고민했다, 흑인 비하의도 없었다”

국민일보

“학생들은 외려 ‘역차별’ 고민했다, 흑인 비하의도 없었다”

의정부고 관계자가 전한 학생들 입장

입력 2020-08-08 00:02
샘 오취리(왼쪽)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의정부고 관짝소년단 패러디 사진.

이른바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한 졸업사진으로 흑인 비하 논란에 휩싸인 경기도 의정부고등학교 측이 7일 “인종차별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재차 밝혔다.

의정부고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한 아이들이 예상치 못한 논란에 크게 놀랐다. 매우 당황스러워하고 있다”며 “흑인 비하 의도는 결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의정부고는 매해 정치 풍자, 연예인 패러디 등 유쾌한 졸업사진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학생들이 학급 회의를 거쳐 각자 패러디할 대상을 정하며, 이를 의정부고 학생자치회 페이스북에 공개한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논의 과정을 지켜보기는 하지만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는 관짝소년단 패러디 역시 학생들이 여러 차례의 논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 것이라고 했다. 패러디 사진을 찍은 5명 스스로도 혹시 인종차별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깊이 고민했고, 이를 학급에서 투표까지 했다는 것이다. 투표 결과 비하 의도가 담겼다고 판단한 학생들은 없었다고 한다.

관계자는 “학생들은 아무런 분장도 하지 말까, 아니면 얼굴을 하얗게 칠해야 할까 고민했다”며 “그러나 흑인이 등장하는 영상을 흉내 내면서 피부색을 어둡게 칠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역차별처럼 비칠까 봐 우려했다. 그들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따라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튜브에서 관짝소년단이 크게 인기를 끌었었고, 그걸 패러디하려는 것 외에 그 어떤 의도도 없었다”면서 “아이들은 ‘블랙페이스’(blackface)라는 개념도 모른다. 정말 순수한 생각뿐이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현재 크게 위축된 상태라고 한다.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고 여러 매체의 관심이 집중되자 다들 많이 놀랐다”며 “학교 측에서 요구한 적도 없는데 A4용지에 꽉꽉 채워 자신들의 제작 의도를 적어왔더라”고 했다.

관계자는 다만 “아이들은 국민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며 “너무 위축되지 말라고 다독여줬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라서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데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흑인 비하 논란은 지난 6일 아프리카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가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게시물로 불거졌다. 샘 오취리는 “2020년에 이런 것을 보면 안타깝고 슬퍼요. 흑인들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이라며 관짝소년단 패러디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얼굴을 어둡게 칠하고 관 모형을 든 의정부고 학생 5명의 모습이 담겼다.

학생들이 패러디한 것은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가나의 상여꾼들이었다. 가나의 한 장례식장에서 상여꾼들이 운구 도중 춤을 추는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고, 엄숙한 분위기 대신 유쾌하게 진행되는 가나의 장례 문화에 전 세계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국내에서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팀명을 따와 관짝소년단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일종의 ‘밈(meme·모방의 형태로 전파되는 콘텐츠)’처럼 따라한 것이었지만 샘 오취리가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흑인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피부색을 어둡게 칠하고 입술을 두껍게 연출하는 것이 통상 흑인 비하의 의도를 담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샘 오취리 역시 지나친 지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인스타그램에 “제 의견을 표현하려 했는데 선을 넘었다”며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한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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