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트럼프 밀고, 중국은 바이든 원하고”…북한은 빠졌다

국민일보

“러시아는 트럼프 밀고, 중국은 바이든 원하고”…북한은 빠졌다

입력 2020-08-09 06:19 수정 2020-08-09 08:57
러시아·중국·이란 ‘3개국’, 미국 대선 개입 우려
미국 정보기관 분석서 북한 빠져…트럼프는 북한 언급
러시아 “바이든 폄하 작업”…중국 “트럼프 원치 않아”
트럼프 “바이든 당선되면, 중국이 미국 갖게 될 것”
“트럼프 돕는 러시아 위험한데, 중국 끼워놓기” 비판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됐던 주요 20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렸던 미·러 정상회담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러시아는 올해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리를 원하고 있다는 정보 분석 결과를 미국 정보당국이 7일(현지시간) 내놓았다.

미국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폄하 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이 불가능하다(unpredictable)’는 이유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를 선호하고 있다고 미국 정보당국은 평가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이란까지 포함시켜 올해 미국 대선을 방해할 수 있는 위험국가로 러시아·중국·이란 등 3개국을 지목했다.

일부 미국 정보당국자들은 북한의 미국 대선 개입 가능성을 우려해왔으나, 미국 정보기관은 이번 평가에서 북한을 제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보기관의 평가와는 달리, 북한을 선거에 개입할 수 있는 국가로 언급했다. 또 “중국이 가장 큰 위협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보기관의 발표 직후 “바이든이 승리하면, 중국이 미국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는 미국 대선에 외국 세력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더 중대한 위협은 러시아…중국 지도자, 개입 아직 결정하지 못해”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보기관이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돕기 위해 2016년 대선에 이어 2020년 미국 대선에도 계속 개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인 평가에서 처음으로 밝혔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 정보당국은 이번 미국 대선에서 더 중대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러시아를 지목했다고 NYT는 전했다.

중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를 선호하면서 대선에서 보다 공격적인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정보당국은 평가했다.

그러나 NYT는 중국이 미국 정치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중국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면서도 이번 대선에서 직접적으로 개입할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아직 내리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미국 정보당국이 트럼프 당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러시아와 억지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중국을 끌어들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윌리엄 에바니나 미국 국가방첩안보센터(NCSC) 국장. AP뉴시스

“러시아, 바이든 폄하 작업”…“바이든, 부패 주장 퍼트려”

윌리엄 에바니나 국가방첩안보센터(NCSC) 국장은 이날 미국 정보당국의 평가를 종합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중국·러시아·이란에 의해 진행되고 있거나 잠재적인 활동에 대해 근본적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바니나 국장은 “러시아가 바이든 전 부통령을 폄하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들을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반(反) 러시아’ 정권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바니나 국장은 “친(親) 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의원들과 크렘린과 연결된 일부 활동가들이 바이든 전 부통령의 부패에 관한 주장을 퍼트리고, 트럼프 대통령을 선전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재선 선호하지 않아”

에바니나 국장은 중국에 대해선 “우리는 베이징이 예측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에바니나 국장은 이어 “중국은 공격적인 조치의 위험과 이익을 따져보고 있지만, 중국의 공개적인 성명은 지난 몇 달 동안 미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처, 미국의 휴스턴 중국 영사관 폐쇄 등에 대해 비판 수위를 높였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은 이런 모든 노력들이 대선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됐던 주요 20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렸던 미·중 정상회담에서 만났던 모습. AP뉴시스

에바니나 국장은 이란에 대해선 “테헤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이란 정권교체를 이끌어내려는 미국의 압박이 계속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란은 미국 대선에서 온라인을 통한 허위 정보 유포, 반미 감정 확산 등을 시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돕는 러시아가 제일 위협인데, 중국 억지로 끼워놓기” 비판도

미국 정보당국의 평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트럼프 당선을 돕기 위한 러시아의 위협이 매우 큰 데, 중국과 이란을 억지로 끼워놓았다는 주장이다.

러시아는 2016년 대선에서도 트럼프의 당선을 돕기 위해 트럼프 캠프와 공모·내통했다는 ‘러시아 스캔들’을 일으켰었다.

한 미국 당국자는 “러시아는 지금 미국 민주주의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토네이도”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기후변화와 같다”면서 “중국의 위협은 실제 존재하고 엄중하지만, 보다 장기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행정부에 일했던 제레미 바쉬는 NYT에 “중국과 이란 같은 적들이 미국 대통령의 정책을 싫어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라며 “비정상적이고 충격적이며 위험한 것은 러시아와 같은 적들이 트럼프의 재선을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상원의원인 앵거스 킹은 “에바니나 국장은 미국 국민들에게 러시아가 특별히 위험하며, 중국과 이란도 이번 미국 대선에 개입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알려줬다”고 감쌌다.

정보당국자들은 선거와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는 데 있어 정치적 비판은 피할 수 없으며, 이번 발표의 목적은 러시아·중국·이란의 위협에 순위를 매기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P뉴시스

“바이든 당선되면, 중국이 미국 소유”…“트럼프, 대선에 외세 끌어들여”

트럼프 대통령은 에바니나 국장의 성명이 알려진 후 “나보다 러시아에 대해 강경한 사람은 없기 때문에 러시아는 내가 대통령 자리에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기자가 ‘그건 정보기관이 밝힌 내용이 아니다’라고 반박하자 “나는 누군가 말한 것을 신경쓰지 않는다”고 무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중국은 트럼프가 졸린 바이든에게 지는 것을 보기를 열망할 것”이라며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다면, 중국은 우리나를 갖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올해 미국 대선에서 우편투표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우편투표의 경우) 그것이 러시아든 중국이든 이란이든, 북한이든, 많은 다른 나라든 간에 그들이 투표용지를 위조해 보내는 것이 훨씬 더 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보기관은 미국 대선을 방해할 목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국가에서 북한을 제외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언급한 것이다.

반면, 바이든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편을 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캠프의 토니 블링큰 선임자문은 “트럼프는 공개적이며 반복적으로 미국 대선에 외국 세력을 초청하고, 심지어 개입을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애덤 시피 하원 정보위원장은 공동성명에서 “불행하게도 정보기관의 평가는 세 행위자(러시아·중국·이란)가 미국 선거를 위협하는 데 있어 의도와 능력이 다른 데도 위협을 동등하게 취급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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