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이 입증까지…” 편도수술로 아들 잃은 엄마의 호소

국민일보

“유가족이 입증까지…” 편도수술로 아들 잃은 엄마의 호소

입력 2020-08-09 16:05 수정 2020-08-09 16:07
게티이미지뱅크(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편도수술을 받고 세상을 떠난 6살 아이의 엄마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잇따라 글을 올리며 호소하고 있다. “의료사고 방지 법안을 만들어달라는 국민청원 글에 꾸준함 관심을 보여 달라”며 절규했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 김모씨는 지난달 28일부터 8일까지 온라인 커뮤니티에 5차례 이상 글을 올렸다. 최근에 쓴 글에서는 “6세 아이 편도수술 의료사고 관련 청원을 올린 아이의 엄마”라며 “많은 분들의 관심과 청원 동의에 너무 감동했고 감사함을 느꼈다. 모든 댓글에 답을 달 수 없지만 하늘나라에 있는 아들에게도, 그리고 저희 부부에게도 너무나 큰 힘이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김씨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그는 “주위에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도와주신 덕분에 현재 청원도 꾸준히 많이 올라가고 있다. 이번에 이렇게 이슈화됐을 때, 꼭 의료사고에 대한 법안들이 잘 개정돼 더 피해 환자들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들은 아빠가 암 투병을 하는 와중에도 정말 밝고 건강하게 자라준 고마운 아이였다”며 “작년 여름, 함께 물놀이와 캠핑을 하며 즐거워하던 아이의 모습이 선한데… 내년에도 또 물놀이 가서 재밌게 놀아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그것이 아들과 마지막으로 보내는 휴가가 될 줄 상상도 못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현재 집도의가 휴가를 떠나 의료과실을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저희는 아이를 잃고 이리뛰고 저리 뛰면서 느낀 점이 너무나 많다. 어째서 유가족이 가족을 잃은 슬픔도 모자라 입증까지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집도의에게 설명을 듣고 싶은데 대답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 이번 주는 집도의가 휴가를 가서 만날 수도 없다”며 애타는 마음을 전했다. 이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앞으로 그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기도 하다”며 “더 많은 분들이 청원 동의에 힘써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달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편도수술 의료사고로 6살 아들을 보낸 아빠의 마지막 바람입니다.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의료사고 방지 및 강력한 대응 법안을 만들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글은 9일 기준 9만개 이상의 청원 동의를 얻었다. 오는 20일 청원이 마감된다.

지난해 10월 4일, 당시 5살이던 청원인의 아들 A군은 경남의 한 대학병원에서 편도 제거수술을 받았다. 편도 제거수술은 인두편도가 비대해질 경우 이를 제거하는 것으로 비교적 수술 난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원인은 “(이틀 후인 6일) 의사는 퇴원하라고 했다. 아내는 아이가 음식은 물론이고 경구약도 복용하지 못하니 며칠 더 입원해서 경과를 살피자고 했다. 하지만 의사는 ‘편도 수술하면 원래 먹지 못한다. 수액 치료는 저희 병원에서 못 해 드리니 가까운 병원에서 2~3일 정도 수액 치료를 받으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퇴원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그러나 퇴원 후에도 A군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같은 달 7일 동네 병원 의사는 “너무 과하게 수술이 됐다”며 인근 종합병원에 재입원하라고 권했다. 재입원한 지 이틀째 되는 9일 새벽, A군은 갑자기 피를 분수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곧바로 수술을 받았던 대학병원으로 옮기려 했지만, 이 병원은 환자 이송을 거부했다. 청원인은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대학병원 측은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를 갖추고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임에도 불구하고 환자 이송을 거부했다”며 “다른 병원을 찾느라 30분가량을 지체했다”고 주장했다. A군은 결국 깨어나지 못했고 뇌사 판정 5개월 만인 올해 3월 11일 세상을 떠났다.

청원인은 수술 과정에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수술 직후 병원으로부터 출혈이 있었다는 보고를 구두로 받았으나 수술기록지엔 ‘수술 중 이상 무’로 기록돼 있었다. 추가 재마취를 한 내용도 빠져 있었다. 청원인은 “추가 재마취를 한 사실이 최초 발급한 수술기록지에 누락돼 있었다”며 “의사 면담 후 수술기록지를 재차 발급했을 때 수술 시 출혈 발생 및 재마취 사실이 수정 기록돼 있었다”고 했다.

그는 “3년 전 급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라 억울하게 죽은 제 아이 장례에도 가 보지 못했다”면서 “제 아들은 가고 없지만, 이 청원을 통해 진상을 제대로 밝혀 주는 게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일 것 같다”며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아울러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의료사고 소송 중인 의료인의 의료업 종사 금지에 대한 의료법 개정, 24시간 내 의무기록지 작성 법제화, 의료사고 수사 전담부서 설치를 요구했다.

김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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