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으로 죽일거야” “넌 개인주의야” 유행어 된 이유

국민일보

“반으로 죽일거야” “넌 개인주의야” 유행어 된 이유

한달 누적 4000만뷰 화제 몰이 중인 ‘가짜 사나이’

입력 2020-08-10 06:05
웹예능 '가짜사나이'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처


인기 유튜버들이 군복을 입고 한자리에 모였다. 특수부대 훈련과정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유튜버들은 난생처음 겪는 고강도 훈련에 픽픽 쓰러지기 일쑤. 교관들은 윽박지르며 낙오생들에게 얼차려를 준다. 훈련을 시작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온몸에 진흙을 뒤집어쓰게 되는 일련의 모습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TV가 익숙한 시청자라면 으레 MBC ‘진짜 사나이’를 떠올릴 법한 이 시리즈의 이름은 ‘가짜 사나이’. ‘진짜 사나이’를 패러디해 인기 크리에이터들이 UDT 전투 교육과정을 체험하는 과정을 그린 유튜브 콘텐츠다. 7개의 에피소드와 비하인드 방송 등 콘텐츠 9개의 한 달간 누적 조회 수가 4000만회를 넘어선 화제작으로 온라인에서는 이미 “반으로 죽일 거야” “너 인성에 문제 있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4번은 개인주의야” “우리 할머니가 이거보다 빠르겠다” 등 콘텐츠 속 대사들이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가짜 사나이’는 241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피트니스 유튜브 채널 피지컬 갤러리의 김계란 등이 주축이 돼 기획·제작한 웹예능이다. 래퍼 베이식을 비롯해 김재원, 가브리엘, 전태규, 꽈뚜룹, 공혁준 등 평소 유튜브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이들이 대거 교육생으로 참여했다.

‘가짜 사나이’를 거론할 때 첫 손에 꼽히는 흥행 배경은 역시 ‘사실감’이다. 사실 이 콘텐츠는 웹예능이라기 보다는 한편의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영상에는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공황에 빠지거나 고무보트(IBS)를 머리에 이고 고통스러워하는 교육생들의 모습이 담긴다. 공중파 방송이라면 당연히 편집됐을 교관들의 욕설이나 ‘머리 박기’와 같은 고강도 얼차려도 간단없이 이어진다. 한 방송사 PD는 “군대 콘텐츠를 포함해 최근 방송 아이템 중에 가장 리얼한 것 같다”며 “솔직하고 생생한 콘텐츠를 원하는 요즘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매력이 있다”고 봤다.


웹예능 '가짜사나이'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처


“충격적”이라거나 “너무 자극적”이라며 이 콘텐츠에 거북함을 표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일반 유튜버들이 고강도 훈련을 버티는 성장담과 반전 매력을 지닌 교관들을 함께 비추면서 ‘가짜 사나이’는 ‘도전’과 ‘극기’에 관한 특유의 서사를 쌓아 나간다. 시청자 김모(30)씨는 “피지컬 갤러리에서 강조했던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본다”며 “처절한 상황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울림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육과정을 총괄한 이근 대위 등 교관들도 스타덤에 올랐다. 앞서 열거한 유행어들도 모두 이근 대위의 말들이다. 방송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교관 등 출연진 섭외를 위한 작업도 활발하다고 전해진다. KBS와 EBS 유튜브 채널은 이근 대위가 과거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들의 제목을 바꿔 올리며 화제에 편승하고 있는데 이근 대위가 나온 모든 콘텐츠가 상승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예능가에서 이 시리즈를 더 주의 깊게 보는 이유는 방송가 콘텐츠에 비해 매우 적은 제작비로 이뤄낸 흥행이어서다. 4000~5000만원 정도 제작비가 든 것으로 알려진 ‘가짜 사나이’는 좋은 아이템과 기획만 있다면 적은 제작비로도 큰 화제성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콘텐츠가 됐다. 통상 일반 버라이어티 예능 제작비는 편당 1억원을 가볍게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짧은 호흡을 지키면서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튜브 문법으로 자리 잡은 ‘10분’ 길이가 아닌 30분 안팎의 콘텐츠라는 점도 주목된다. 기존 콘텐츠보단 길지만, TV 콘텐츠보단 훨씬 짧은 이 예능은 방송 창작진들에게 TV 시청자와 유튜브 시청자가 만나는 지점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방송 관계자들 안팎에서는 ‘가짜 사나이’를 계기로 기존 제작사나 방송사뿐 아니라 1인 미디어로 성장한 크리에이터들의 웹예능 제작 시도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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