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없다’ 둘러댄 추모관 측…유골함 다 잠긴 뒤에야 문자”

국민일보

“‘이상 없다’ 둘러댄 추모관 측…유골함 다 잠긴 뒤에야 문자”

입력 2020-08-10 10:17
광주 북구 동림동 한 사설 납골당에서 9일 유가족이 유골함을 수습해 품에 안고 있다.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가 발생한 광주 북구의 한 추모관을 조사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록됐다. 이곳에 아버지의 유골함을 안장했다는 청원인은 추모관 측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고, 유족에게 상황을 알리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최근 전남 지방에 심한 장마로 침수·홍수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고 언론을 통해 광주천 범람 가능성도 수차례 보도됐는데 추모관 측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장마가 시작될 무렵에라도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고 8일 청원 글에서 밝혔다.

이어 “적어도 유족에게는 상황을 알려야 하지 않았느냐”면서 “사람이 진입할 수 없을 만큼 물이 차서 유골함이 유실되고 복구될 수 없는 상황이 될 때까지도 어떠한 안내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미 침수가 될 만큼 되고 나서야 물이 찼다고 뒤늦게 온 문자가 전부였다”며 “유골함을 다른 층이나 장소로 옮겨주기라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원인은 “일부 유족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유골함 상태가 괜찮은지 전화로 문의했을 때도 ‘아무 이상 없다’고 둘러대며 은폐했다”면서 “(이후 상황을 알게 된) 유족들이 추모관 측에 항의해봤지만 적반하장으로 되려 소리를 쳤다”고 했다.

또 “아버지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2015년부터 이 추모관에 유골을 모셔두고 있었다”며 “더 저렴한 추모관이 있음에도 이곳이 청결하고 관리가 잘 된다고 해서 2배로 관리비까지 냈다. 심지어 관리를 잘해달라고 10년 치 관리비를 한꺼번에 냈는데 이런 식의 대응이라니 기가 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청원인은 “그곳에는 한때 누군가의 소중한 아버지, 어머니, 딸, 아들, 남편, 아내였을 이들의 유골과 일찍이 떠난 어린아이의 유골까지 있다”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봤던 미소가 떠올라 너무 죄송하다”고 토로했다.

청원인 외에도 다른 유족들은 SNS 등을 통해 피해 상황을 알리고 있다. 한 유족은 이 청원 링크를 공유하며 “할아버지를 모신 지 한 달도 안 돼서 이런 상황이 일어났다. 수습 못 한 유골함들도 있는데 내일 또 태풍이 온다고 한다”며 애타는 심정을 드러냈다.

앞서 지난 8일 오후 7시50분쯤 이 납골당의 지하 1층 시설이 침수됐다는 민원 신고가 접수됐다. 침수된 곳에는 1800여구의 유골함이 수용돼 있었으며, 안장된 유해 일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침수 소식은 SNS와 ‘맘카페’를 중심으로 먼저 확산됐다고 한다. 유족들은 추모관 운영자가 소문이 한참 퍼진 뒤에야 짤막한 안내 문자를 보냈다며 책임감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추모관 측은 물에 잠겼던 유골을 다시 화장하고 피해 복구 비용을 전액 지불하는 등 수습 방안을 마련했다. 유족은 조만간 대표자 모임을 선발해 추모관 측과 구체적인 복구 절차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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