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 추미애 저격한 문찬석 “똘마니로 살지 않았다” [전문]

국민일보

마지막날 추미애 저격한 문찬석 “똘마니로 살지 않았다” [전문]

입력 2020-08-10 13:26
지난해 7월 31일 광주지검 대회의실에서 문찬석 당시 63대 신임 광주지검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찬석 광주지검장이 검찰을 떠나는 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인사를 재차 비판했다.

문 지검장은 10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고·지검장 1~2년 더 근무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정치의 영역이 검찰에 너무 깊숙이 들어오는 것 같아 염려된다. 우리의 정치적 중립성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라고 적었다.

문 지검장은 이어 검사장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검사장들이 주어진 자리에서 소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검찰은 각 청을 이끄는 검사장들의 의지가 중요하지 않냐”며 “검사장들이 검사답지 않은 다른 마음을 먹고 있거나 자리를 탐하고 인사 불이익을 두려워하여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총장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검사장들은 잘 알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잘못된 것에는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눈치 보고 침묵하고 있다가 퇴임식에 한두 마디 죽은 언어로 말하는 것이 무슨 울림이 있겠냐”며 “국민의 시선을, 여러 검사장만을 묵묵히 보고 있는 후배들의 참담한 시선을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추 장관이 지난 7일 윤석열 검찰총장 의견을 배제하고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을 승진·배치한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문 지검장은 최근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폐지를 권고한 것에 대해서도 “검찰청법에 규정된 총장의 지휘·감독권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문 지검장은 마지막으로 “총장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저도 ‘누구 똘마니’ 소리 들어가며 살아온 사람이 아니다”라며 “법률가답게 검찰청법에 충실하게 총장을 중심으로 국민이 여러분들에게 부여한 소임을 다하시고, 역사와 국민 앞에 떳떳한 퇴임을 하시길 부탁드린다”며 글을 맺었다.

앞서 문 지검장은 지난 8일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추미애 장관의 검찰 인사를 비판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친정권 인사들’ 혹은 ‘추미애의 검사들’이라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웠다”고 적었다.

문 지검장은 전국시대 조나라가 장평전투에서 진나라에 대패한 것을 거론하며 “옹졸하고 무능한 군주가 무능한 장수를 등용한 그릇된 용인술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또 “검사라고 다 같은 검사가 아니다. 각자의 역량만큼 보이는 법”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검언유착 수사를 두고 “참과 거짓을 밝힐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면 검사직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대해서는 “사법참사”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문 지검장 글 전문


고지검장님들 영전을 축하드립니다. 특히 금번 검사장 승진하신 분들 축하 드립니다. 고검장으로, 지검장으로 근무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검사로서 큰 영예이지요. 그만큼 국민들로부터 부여된 책임감 또한 막중할 것입니다.

저는 오늘 출근을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납니다. 이 어려운때에 저 먼저 떠나게 되어 미안합니다. 정치의 영역이 검찰에 너무 깊숙히 들어오는 것 같아 염려됩니다. 고지검장 1-2년 더 근무하고 안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우리의 정치적 중립성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우리 검사장들이 주어진 자리에서 소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은 특히 각 청을 이끄는 검사장들의 의지가 중요하지 않습니까. 검사장들이 검사 답지않은 다른 마음을 먹고 있거나 자리를 탐하고 인사 불이익을 두려워하여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총장은 무력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검사장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잘못된 것에는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눈치보고 침묵하고 있다가 퇴임식에 한두마디 죽은 언어로 말하는 것이 무슨 울림이 있겠습니까. 국민들의 시선을, 여러 검사장들만을 묵묵히 보고 있는 후배들의 참담한 시선을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검찰청법에 규정된 총장의 지휘감독권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총장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지만, 저 역시 누구 똘마니소리 들어가며 살아 온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법률가답게 검찰청법에 충실하게 총장을 중심으로 국민들이 여러분들에게 부여한 소임을 다하시고, 역사와 국민앞에 떳떳한 퇴임을 하시길 부탁드립니다.



박준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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