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미래는 쪽박…“금융위기·코로나 연타에 부 못쌓아”

국민일보

밀레니얼 미래는 쪽박…“금융위기·코로나 연타에 부 못쌓아”

입력 2020-08-10 15:49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민사법원 앞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탓에 월세를 내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임대료 취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가장 큰 치명타를 입은 연령층은 20∼30대 밀레니얼 세대로 드러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파고에 허덕이며 힘겹게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들의 삶을 코로나19가 다시 한번 나락으로 몰고 간 것이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JS)에 따르면 코로나19는 2008년 금융위기로 이미 한 차례 충격을 받은 밀레니얼 세대(1981년~1996년 출생)를 경제적으로 더욱 뒤처지게 했다. 싱크탱크 퓨리서치센터의 지난 5월 데이터를 보면 밀레니얼 세대의 실업률은 12.5%로 X세대(1965∼1980년 출생), 베이비부머(1946∼1964년 출생) 세대보다 높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앞선 세대가 같은 나이였을 때와 비교해 재산이 훨씬 적고, 이마저도 4분의 1은 자산보다 빚이 많다. 지난 2∼5월 밀레니얼 세대 실업자는 48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가장 불행한 세대(unluckiest generation)’ ‘가장 힘든 세대’라는 꼬리표가 붙는 밀레니얼 세대의 삶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힘겨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는 데 애를 먹었고, 학자금 대출 등 갚아야 할 빚도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코로나19가 몰아쳤고, 이들은 기성세대처럼 부를 축적할 수 없게 됐다. 밀레니얼 세대가 윗세대에 비해 금전적으로 취약한 상태에서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WSJ이 예로 든 30대 청년 두 명의 삶은 밀레니얼 세대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재클린 히메네스(34)는 2008년 경기침체 속에 졸업했다. 눈을 낮췄지만 약국 사무 보조원 자리를 얻는 데 실패했고, 우여곡절 끝에 신부 전용 미용실에서 웨딩드레스 파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이런 경험을 살려 백화점 판매 사원으로 일하며 매니저로 승진했다.

그런데 사정이 나아질만하자 돌연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발생했다. 그는 결국 코로나19로 실직한 수백만 명의 밀레니얼 대열에 합류했다. 경영 위기에 직면한 백화점은 그가 있던 지점을 포함해 일부 지점을 영구적으로 폐쇄해 버렸다. 히메네스는 “마침내 거의 어른이라고 느껴지는 생활을 하게 됐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일어났다”며 “어딘가에 도달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나아가면 한 줄기 희망이 보이다가도 다시 타격을 받는다. 내 부모님이 누렸던 걸 가질 기회가 나에게 있을까”라고 씁쓸해했다.

케이틀린 로블레스(35) 역시 채무를 갚기 위해 투잡(일자리 2개)을 뛰는 밀레니얼이다. 그는 2007년 세이크리드허트대를 졸업한 뒤 모교에서 웹사이트 관리 업무를 했다. 6만7000달러(약 8000만원)에 달하는 학자금 대출을 갚고, 친구 두 명과 사는 집의 월세 650달러(약 77만원)를 내기에 월급은 턱없이 부족했다. 당분간만이라며 시작한 체인 마사지숍 안내 일을 9년간 붙들고 있는 이유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시러큐스대에서 마스크를 쓴 한 학생이 기숙사로 들어가고 있다. AP 뉴시스

그는 매주 70시간을 일하며 두 직장 모두에서 승진했지만, 매년 7만∼8만 달러의 빚을 갚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40세가 되면 집을 사겠다는 목표 하나로 달려온 그의 삶은 지난 3월 마사지숍이 문을 닫으면서 엉망진창이 됐다. 로블레스는 “평생 이런 식으로 일하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WSJ은 통상 평범하다고 인식됐던 취업, 경제적 독립, 내 집 마련, 결혼, 출산, 양육 같은 일들이 근본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점을 밀레니얼들이 깨닫고 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노동부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 제시 로드스타인도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에서 뭔가가 잘못됐다는 신호”라며 “사람들이 발판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