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아내 사망’ 남편 보험사기 무죄…95억 챙기게 될까

국민일보

‘만삭아내 사망’ 남편 보험사기 무죄…95억 챙기게 될까

입력 2020-08-11 08:57 수정 2020-08-11 09:51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만삭 아내 살해 의혹으로 세간의 관심이 모였던 이모(50)씨 사건의 현장검증 당시 사진. 연합뉴스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만삭의 아내를 상대로 교통사고를 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이 파기환송심에서 살인죄를 벗고 금고 2년을 선고받았다. 살인과 보험금 청구 사기 혐의가 무죄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보험금 청구 사기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그가 100억원으로 알려진 보험금을 받게 될지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전고법 형사6부(허용석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이모(50)씨에게 검찰이 적용한 혐의 중 살인과 보험금 청구사기 대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죄를 물어 금고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아내를 살해하기 위해 일부러 사고를 낸 것이 아니라 졸음운전을 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 사망에 따른 보험금 95억원 중 54억원은 일시에 나오는 게 아닌 데다 피고인 혼자가 아니라 다른 법정 상속인과 나눠 지급받게 돼 있다”며 “아이를 위한 보험도 많이 가입했던 점과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었다고 보이는 점 등이 살인 범행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피해자 혈흔에서 나온 수면 유도제 성분 검출에 대해서도 “그 성분이 임신부나 태아에게 위험하지 않다는 감정이 있다”며 “일상생활 속 다양한 제품에 쓰이는 성분인 점 등을 미뤄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일부러 먹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졸음운전을 했다는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만삭의 아내가 안전벨트를 풀고 좌석을 젖힌 채 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더 주의를 기울여 운전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2014년 8월23일 오전 3시41분 경부고속도로 천안나들목 근처에서 승합차를 몰고 가다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동승했던 임신 7개월 아내(사망 당시 24세)가 숨져 기소됐다. 캄보디아 출신인 이씨의 아내 앞으로 보험 25건이 들어있었고 원금만 9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까지 지연 이자를 합하면 보험금은 100억원이 넘는다.

6년 간 진행된 재판에서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간접 증거만으로는 범행을 증명할 수 없다”며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사고 두 달 전 30억원의 보험에 추가로 가입한 점 등을 보면 공소사실이 인정된다”면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2017년 5월 대법원은 “범행 동기가 더 선명하게 드러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무죄 취지로 대전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후 3년 넘게 진행된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살해 동기가 명확하다”며 사형을 구형했고, 변호인 측은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요소가 없다”고 맞섰다.

형사사건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대법원 재상고 절차가 남아있어서 이날 판결이 확정적인 건 아니다. 다만 대법원 판단과 같은 취지의 파기환송심 결과가 다시 바뀌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한편 검찰은 법원의 무죄 판결 이유에 대해 추가 분석해 재상고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씨는 2016년 몇몇 보험사들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 민사소송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 약 32억원, 미래에셋생명 약 30억원, 한화생명 약 15억원 등이다. 2017년 이후 중단됐던 소송은 형사소송 결론이 확정되는대로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서는 살인죄와 보험금 청구 사기 무죄를 선고받은 이씨가 거액의 보험금을 받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보험사들은 형사소송에서 무죄가 나오더라도 민사소송에서는 보험 계약이 무효로 인정되는 판례들이 있는 만큼 법정에서 다퉈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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