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당분간 고공행진… 변화 이끄는 기업에 장기투자를” [유동성 파티, 불안한 내 돈]

국민일보

“증시 당분간 고공행진… 변화 이끄는 기업에 장기투자를” [유동성 파티, 불안한 내 돈]

입력 2020-08-11 12:14 수정 2020-08-12 10:47

전문가들은 풍부한 유동성 시대가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부진한 실물경제와 달리 증시가 달아오르는 이유는 단순히 돈이 많이 풀렸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견해가 많았다. 저금리 덕에 줄어든 수익률 부담과 함께 불황 속에서 더욱 귀해진 성장 가능성에 대한 목마름, 회복에 대한 기대감, 주목받는 기업들이 실제로 보여주는 실적,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투자성공담(에 따른 조바심과 소외감)까지. 이런 것들이 맞물려 가파르고 지속적인 유동성 장세를 빚어낸다는 분석이다. 증시는 숨 고르기나 실물경제와의 거리 좁히기 과정이 불가피하겠지만 큰 충격이 없는 한 상승세가 아주 꺾일 가능성은 낮게 전망됐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물경제 부진 상황에서 증시로 끊임없이 돈이 몰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주가수익배율(PER)이 역사적 수준으로 높아졌는데 증시는 왜 자꾸 올라가느냐? 금리가 낮기 때문이에요. 저금리 상황에선 저렴하게 돈을 빌릴 수 있고, 또 금리가 낮기 때문에 기대수익률이 높지 않아도 돼죠. 그래서 (높은) PER이 유지될 수 있는 거예요.”

보통 기업이 내는 순이익에 비해 가격이 비싼 주식은 ‘고평가’ 부담 때문에 기대수익률이 낮고 투자 선호도 적은 편이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의 기회비용인 이자가 싼 덕에 기대수익률이 낮아도 부담 없이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이 센터장 설명이다. 이달 6일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은 12.84배로 2007년 7월 12.95배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 센터장은 “중앙은행은 경기 회복세에 맞춰 (유동성을) 조금씩 거둬들일 텐데 경기가 좋아지면 (기업 이익도 늘어나) 투자수익률도 올라갈 것”이라며 “금리가 올라가겠지만 기대수익률도 올라가기 때문에 지금 같은 흐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동성을 무리하게 회수하지만 않는다면 증시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만약 유동성을 거둬들여서 돈이 줄면 금리가 올라가겠지만 경기가 안 좋은데 그렇게 할 중앙은행은 어디에도 없다”고 자신했다.

“돈이 많이 풀려서 주식을 살 수 있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사게 되는 게 아니에요. ‘기대하는 수익’이 있어야 하는 건데 지금 다 그런 주식(성장이 기대되는 주식)만 오르고 있잖아요. 그런 기대를 접게 할 만큼 돈이 회수될 가능성도 없고, 회수된다면 그런 변화의 시대가 더 빨리 다가왔다는 거죠. 그래서 이 장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어요.”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출신으로 경제 관련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금리가 낮은 건 미래 성장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라며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도 이익 성장세가 계속된다면 그 회사는 굉장히 귀한 존재가 되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것”이라고 해설했다.

저금리는 투자 이후 성과를 보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의 기회비용을 크게 낮춰 미래 이익에 대한 가중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금리가 높았던 시절에 수년 뒤 이익이 그만큼 깎이지만 그런데 지금은 그 할인율(금리)이 거의 0이니까 5년, 10년 뒤 이익을 고스란히 현재가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지금 당장이 아니라 미래에 어떻게 될지에 가중치를 두기 때문에 예를 들어 테슬라처럼 ‘꿈과 스토리를 가진 주식’에 투자자 쏠림이 나타나는 거예요.”

이렇게 성장에 주목하는 장세는 주가가 너무 부풀어 오르거나 금리가 급등할 때 끝나는데 후자는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로 여겨진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신라젠이나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사태처럼 (기업에 부여된) 스토리가 무너지는 순간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는데 현재는 아직 통하는 단계”라며 “지금 주목받는 기업들은 기대만큼 못 오를 수는 있어도 이익은 더 낫지 않으냐”고 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는 “앞으로 유일하게 나타날 인플레 지표는 집값밖에 없어 보인다”며 “이게 디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해주겠지만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필수재가 오르는 건 좋은 게 아니라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상승)”라고 말했다. 이어 “풍수나 장마로 농수산물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근원인플레이션이 급변동하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동성 장세가 적어도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2022년까지는 지금의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공통 방침”이라며 “자산가격 상승 가능성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물경제 부진에도 증시가 가파른 상승을 이어가는 데 따른 ‘거품 우려’에 대해서는 “그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유동성이 이렇게 풀리면 주가에 일정 부분 버블이 낄 가능성은 갈수록 커지는데 유동성 공급이 줄지 않는 한 버블이 쉽게 꺼질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현재 주식시장과 실물 경기 간 괴리감이 상당히 큰 게 사실이지만 그 격차가 일시에 조정될 가능성은 제한적이에요. 치료제와 백신 등장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안정기로 접어들게 된다면 실물경기가 회복되면서 괴리가 축소되는 방향으로 충분히 갈 수 있죠. 이런 가능성을 생각하면 증시로 계속 자금이 유입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평가하긴 어렵습니다.”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으로 대변되는 신산업 분야의 운명은 성장 기대감을 얼마나 충족시키는지에 따라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황 연구위원은 “BBIG 주가가 오르는 건 성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며 “그 기대감을 현실화시키는 기업은 주가가 더 오르고, 현실화랑 멀어지면 대규모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업종별로는 물론 같은 업종 내에서도 어떤 기업은 죽고, 어떤 기업은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유동성으로 주가를 무한정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며 “유동성 장세가 그렇게 길게 가지는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급락 가능성은 낮게 봤다.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을 덜어내거나 실물경제 흐름을 따라가면서 ‘가격 조정’을 받으리라는 예상이다. 주 실장은 실물경제가 하반기로 넘어오면서 바닥은 지났지만 증시에 반영된 기대감을 충족시킬 만큼 큰 폭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조정 단계에서는 아무래도 손실을 보고 나오는 사람이 생기겠죠? 조정이라는 게 주가가 떨어진다는 거니까요. 주식시장이 많이 무거워져서 나중에 쉽게 못 올라가는 경향도 있을 거 같고요.”

돈이 주식시장과 부동산에 몰려 크게 움직이지 않는 점으로 볼 때 인플레이션을 염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M2(광의통화) 증가율이 굉장히 높아진 것을 보면 인플레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순 없는데 실제로는 돈이 그렇게 빨리 도는 거 같지는 않다”며 “돈은 풀렸지만 잘 안 돌아가고 뭉쳐 있는 느낌이라 인플레는 당분간 걱정 안 해도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마찬가지로 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올해 4월까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조동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금 주가나 부동산 가격이 굉장히 이상한 건지 아닌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며 “유동성 과잉 여부에 대한 궁극적 판단은 물가로 하는 것인데 지금 인플레이션이 지금 0%대”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돈이 자산시장에 묶인 채 실물경제로 가지 못하는 ‘유동성 함정’에 대해서는 “유동성 자체보다 실물경제로 가는 경로에 막힌 부분이 많아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대표적인 게 부동산”이라고 했다. 그는 “금리가 낮아지면 부동산 시장으로도 돈이 간다”며 “기본적으로 금리 인하 정책은 수요 확대 정책이니 집에 대한 수요도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왜 금리 정책 효과가 없느냐고 하는데 그게 효과가 있는 것”이라며 “이 경우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공급(주택)을 늘려주면 되는데 그걸 못하게 하고 있으니 가격만 올라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유동성 확대가 가계부채를 늘려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주장에도 이견을 제시했다. “빚이 많다면 어떤 외부 충격이 왔을 때 가계 재정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좋다고 할 수 없지만 그게 지금 정말 유지될 수 없는 수준이냐? 그건 논쟁의 여지가 있어요.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금리가 낮아져서 가계의 실질 부담이 더 커진 건 별로 없어요.”

조 교수는 저금리 유동성 시대가 내년에도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세계적인 사례로 주로 떠올리는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내년까지도 오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시장에 더 확실하게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 아예 ‘인플레가 2% 될 때까지 금리를 안 올리겠다’고 선언할 수도 있고, 그런 움직임이 일부 있다”고 설명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가 화폐 보유에 대한 기회비용인데 그 비용이 저금리로 거의 제로에 수렴하게 되면서 ‘필요 있든 없든 갖고 있자’고 해서 대기업부터 개인까지 유동성을 보유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유동성 자체가 돈의 흐름을 왜곡시키는 측면이 있다”며 “초저금리로 돈을 풀면 ‘좀비기업’이 늘면서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는 역동성이 약해진다”고 우려했다.

“사실 위기라는 건 그동안 잘못됐던 점이 누적돼 생기는 거라 고통이 따르겠지만 한번 털고 가야 하는데 이걸 회피하면서 진통제를 놓는 것과 비슷하죠. 그래서 체질이 약해지는 부작용이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빚에 의존하다 보면 경제 사이클이 바뀌었을 때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하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빚을 갚아야 하는 탓에 경제 정상화가 어려워지거나 쌓인 부채 때문에 경제가 충분히 좋아지지 않는 문제도 있을 수 있다”며 유동성 흡수 국면에서의 연착륙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금은 살아남기 위해서 빚을 내는 걸 용인해주는 단계인데 코로나19 위기가 끝나면 과도하게 진 빚을 어느 정도 갚아야겠죠. 그 말은 민간에서 지출이 줄어든다는 것이니 정부는 이를 받쳐줘야 하고요. 가계와 기업이 빚을 정리를 하는 동안 정부는 좀 기다려주고, 민간이 활발해진 뒤에는 정부가 부채를 정리하는 식으로 순서를 정리해야겠죠.”

“투자는 ‘싼 주식’이 아니라 변화를 이끄는 기업에”

황세운 연구위원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시장에 진입하는 건 대단히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한 현상인데 그만큼 준비·학습 과정을 가지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보자에게 권하는 위험 관리 전략은 장기 관점에서 투자종목과 매수시점을 분산해 투자하는 것이다. 오르는 종목을 예상하기 어렵고, 상승 가능한 종목이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간에서 정확히 사고팔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황 연구위원은 “적정 수준의 종목을 선택해서 한 곳에 올인하기보단 최소 3, 4개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게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며 “특정 타이밍에 모든 자금을 밀어 넣는 것보다는 매수시점을 여러 번으로 나누는 게 좋다”고 조안했다.

전문가들은 ‘세상의 변화’에 ‘여유자금’으로 ‘장기투자’를 하라고 조언한다. 남이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얘기를 듣고 조바심이나 소외감에 뒤따라 들어오면 일단 아직 오르지 않은 주식을 사게 되는데 이런 투자는 답이 될 수 없다고 이경수 센터장은 말했다.

이 센터장은 “‘안 오른 주식’은 세상이 바뀌는 추세에서 밀려나는 주식이라 안 올랐고, 앞으로도 안 오르기 때문에 절대 사면 안 된다”며 “자기 주변에서 뭔가 변화를 느끼는 현상과 관련이 있는 기업은 주가가 올랐더라도 사면 된다”고 했다. 그는 “세상을 바꾸는 기업의 주식은 여유자금으로 장기투자를 해서 (매매) 타이밍에 대한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창욱 양민철 조민아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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