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가 더 나빠”…‘신생아 낙상사망’ 차병원 의료진 2심도 유죄

국민일보

“은폐가 더 나빠”…‘신생아 낙상사망’ 차병원 의료진 2심도 유죄

입력 2020-08-11 13:27

신생아를 바닥에 떨어뜨려 숨지게 하고 2년간 이를 은폐한 분당차병원 의사들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아기를 떨어뜨린 의사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지만 이를 숨기려 한 의사들에게는 실형을 선고했다. 사건 은폐 시도를 더 무겁게 처벌할 사안으로 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최한돈)는 11일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분당 차병원 산부인과 주치의 문모씨와 소아청소년과 주치의 이모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2년과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신생아를 옮기다가 떨어뜨려 사망하게 한 의사 이모씨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또 병원 부원장 장모씨는 징역 2년, 분당차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성광의료재단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들은 2016년 8월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신생아를 옮기다가 떨어뜨리는 사고가 벌어졌는데도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주치의였던 문씨와 이씨는 각각 분만과 떨어진 아기의 치료를 맡았다. 그러나 이들은 낙상 사고 사실을 수술기록부에서 뺐다. 사고 이후 진행한 뇌초음파 검사 결과도 진료기록부에 적지 않았다. 부원장 장씨도 초음파검사 결과를 없애는 데 공모했다. 아기는 6시간 만에 숨졌고, ‘병사(病死)’로 처리돼 화장됐다.

의료진은 재판 과정에서 낙상사고와 아기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항변했다. 1.13㎏의 극소 저체중아였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사건을 은폐하려고 공모한 적이 없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러나 재판부는 의료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낙상사고가 사망 위험을 증대시켰다는 것은 경험칙상 명백하다”며 “오히려 취약한 상황의 아기에게 낙상이 사망의 더 큰 치명적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아기를 떨어뜨려 죽음에 이르게 한 의사의 죄책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이 사건에서는 다른 피고인들의 증거인멸 행위가 훨씬 무겁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편중된 정보를 이용해 사고 원인을 숨겼고, 오랜 시간이 흘러 개시된 수사에서도 용서를 구하는 대신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아기 보호자와 합의했어도 엄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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