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책임진다”던 택시의 고소, 구급차 기사는 ‘죄없음’

국민일보

“죽으면 책임진다”던 택시의 고소, 구급차 기사는 ‘죄없음’

입력 2020-08-11 17:36
접촉사고 처리부터 하라며 구급차를 막아 응급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논란 당사자인 택시기사 최모씨. 왼쪽은 당시 블랙박스 영상에 찍힌 장면. 오른쪽은 최씨가 지난달 24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접촉사고부터 처리하라며 환자 이송 구급차를 막아선 택시기사에게 폭행으로 고소당했던 구급차 운전기사가 ‘죄 없음’ 처분을 받았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동경찰서는 택시기사 최모씨(31·구속송치)가 구급차 기사 A씨를 폭행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지난달 말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피의 사실이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방위·자구행위·공익성 등 일정한 사유가 있어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앞서 최씨는 지난 6월 8일 오후 서울 강동구의 한 도로에서 A씨가 몰던 사설 구급차를 상대로 고의 접촉사고를 내고 “사고 처리부터 해라.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지겠다”며 약 10분간 통행을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는 “응급환자를 태우고 있으니 길을 터 달라”며 최씨와 실랑이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이 과정에서 A씨가 자신을 끌어내리고 밀쳤다며 고소장을 접수했다.

A씨는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79세 폐암 4기 환자를 병원에 이송하던 중이었다. 최씨의 방해로 환자는 다른 119 구급차로 옮겨져 응급실에 도착했으나, 약 5시간 만인 그날 오후 9시쯤 숨졌다.

이 사건은 숨진 환자의 아들이 지난달 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최씨의 처벌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대중의 공분이 이어지자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고 지난달 21일 최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법원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최씨는 기소 의견으로 같은달 30일 검찰에 송치됐다.

유족 측은 “고인의 사망 원인인 ‘위장관 출혈’이 고의적인 이송 방해로 인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최씨를 살인과 특수폭행치사 등 9가지 혐의로 지난달 말 강동경찰서에 고소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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