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엉덩이에 눈을 그렸더니 사자가 공격하지 않았다

국민일보

소 엉덩이에 눈을 그렸더니 사자가 공격하지 않았다

입력 2020-08-12 13:52
연합뉴스

아프리카에서 소 엉덩이에 눈 모양 그림을 그렸더니 사자의 공격이 크게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 연구팀은 최근 과학 저널 네이처 자매지인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이런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아프리카 보츠와나 북서부 오카방고 삼각주 지역에서 4년에 걸쳐 연구를 진행했다. 이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돼 야생동물이 보호되고 있다. 하지만 사자와 표범 등 대형 육식동물이 주변의 가축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다.

연구팀은 가축을 공격하는 사자나 표범 등 고양이과 동물이 목표물과 눈만 마주쳐도 사냥을 포기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자의 공격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소의 양쪽 엉덩이에 눈 그림을 그려 넣고 공격 예방 효과가 있는지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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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대상은 소 2061마리로 각 무리를 세 부류로 나눴다. 방목하기 전에 두 부류에는 각각 눈 그림과 십자 표시를 그렸다. 나머지 한 부류는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거의 비슷한 지역에서 방목돼 사실상 같은 위험에 노출됐다.

그 결과 눈 그림을 가진 소 683마리는 사자 공격으로 죽은 개체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 그림도 없는 소는 835마리 중 15마리가 희생됐다. 십자 표시를 한 소는 543마리 중 4마리가 공격을 당해 죽었다. 사냥감에게 들킨 사자는 사냥을 포기한다는 점을 뒷받침해주는 결과다.

연구팀은 전문가 기고문을 싣는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서 “나비와 어류, 양서류, 조류 등 많은 동물 그룹에서 눈 모양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포유류에서는 눈 모양으로 포식자를 피하는 사례는 알려진 것이 없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눈 모양이 대형 포유류 포식자를 저지할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야생동물을 보호하면서 가축 피해를 예방하는 것은 단일 방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라면서 “소 엉덩이에 눈 모양을 그려 넣는, 간단하고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방식이 예방책에 추가됨으로써 육식동물과의 공존 비용을 줄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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