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끌려갈지 모른다” 홍콩 기자의 마지막 메시지 [인터뷰]

국민일보

“중국 끌려갈지 모른다” 홍콩 기자의 마지막 메시지 [인터뷰]

빈과일보 기자 이메일 인터뷰

입력 2020-08-15 00:02
지난 11일 홍콩 시민들이 지미 라이 회장의 체포 소식을 다룬 빈과일보 1면을 들어보이며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당국의 언론 옥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10일 대표적인 반중(反中) 매체 빈과일보가 홍콩 경찰에 의해 대규모 압수수색을 당했고, 사주이자 민주화 운동가 지미 라이 회장이 홍콩보안법상 외세 결탁 혐의로 체포돼 40시간 동안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홍콩 우산 혁명의 주역 아그네스 차우가 체포된 바로 그날이었다.

라이 회장은 보석으로 석방된 뒤 빈과일보 사옥을 찾아 “우리는 홍콩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고, 그들을 실망하게 해서는 안된다”며 의지를 다지면서도, 홍콩에서 미디어 업체를 운영하기는 계속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 홍콩 당국의 이번 체포는 시작일 뿐이며 언론 통제도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홍콩이 갈수록 혼돈에 빠져드는 가운데 국민일보는 14일 빈과일보 기자와 이메일로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홍콩 당국의 통제가 거세지는 상황에서도 그는 모든 질문에 상세한 답변을 보내왔다. “결국, 나 또한 중국으로 보내질지 모르겠다.” 그의 마지막 메시지다. 그를 보호하기 위해 익명으로 육성 전체를 전한다.

40시간의 조사 끝에 거액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지미 라이 빈과일보 회장이 지난 12일 이른 오전 홍콩 몽콕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매체들의 취재열기가 뜨겁다. AFP 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지난 10일 지미 라이 회장을 홍콩보안법상 외국 세력과의 결탁 혐의로 체포했다. 한 언론사의 대표인 사주 체포 사태를 빈과일보 기자들은 어떻게 바라보나

“언론사 사장이나 기자를 체포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아무나 마음대로 잡아들이는 것은 범죄다. 홍콩 당국(또는 중국 정부)은 언론의 자유를 해치는 조치를 하고 있다. 어떤 매체나 언론인의 동의도 얻지 못할 것이다.”

-라이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난 뒤 사옥을 찾아 “계속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당시 편집국의 분위기는 어땠고, 어떤 얘기들이 오갔나

“지미 라이 회장이 홍콩 경찰에 체포된 뒤 빈과일보 고위 임원들은 기자들에게 간단한 브리핑을 했다. (언론으로서) 우리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하고, 더 좋은 뉴스 아이템을 보도하며 민주주의를 위한 목소리를 전달하자는 얘기였다. 사실 이러한 메시지는 이미 모든 빈과일보 기자들이 갖고 있는 기본원칙이기도 하다. 사내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이유다.”

지난 11일 홍콩 전철 안에서 한 시민이 지미 라이 회장 체포 소식을 다룬 빈과일보 지면을 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서방권에서는 라이 회장을 “홍콩 언론 자유의 상징”으로 부른다. 반면 중국 정부는 “홍콩 혼란의 검은 손”“CIA(미 중앙정보국)의 첩자”로 본다. 홍콩에서는 지미 라이를 어떻게 바라보나. 빈과일보 구성원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궁금하다

“지미 라이 회장은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중국 공산당에 시달렸기 때문에 반공주의 신념도 확고할 것이다. 그런 그가 홍콩에서 혼란을 일으킨 검은 손인지 CIA의 첩자인지 진실은 우리도 모른다. 다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중국 공산당이 의도적으로 지미 라이 회장을 비방하든, 그가 정말로 미국의 지지를 받든 홍콩 민주주의 투쟁에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사주의 성향을 판단하는 게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일하는 데 있어서 자신만의 생각과 끈기를 가지고 있고, 바깥세상이 아무리 위험해도 움찔하지 않고 옳은 일을 계속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경찰은 지미 라이 회장을 체포하면서 빈과일보 사옥도 압수수색했다. 200명이 넘는 경찰이 동원돼 사무실을 급습했다. 경찰이 이토록 대규모로 언론사를 압수수색하는 장면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경찰이 대규모로 언론사 본사 사옥을 수색하는 것은 전 세계 민주주의국가에서 전례 없는 일이다. 모든 기자는 분노해야 한다.”

지난 10일 홍콩 경찰이 대표적인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 사옥을 압수수색했다. 마스크를 쓴 경찰들이 사옥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10일 홍콩 경찰이 빈과일보 사옥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이날 수색에는 200명이 넘는 경찰이 동원됐다. AP 연합뉴스

-경찰은 왜 하필 빈과일보를 겨냥했을까. 빈과일보는 한국에서 대표적인 반중국 매체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빈과일보가 유일하게 (홍콩 당국과 중국 정부에) 맞서는 홍콩 언론일 수도 있다. 지미 라이 회장이 체포된 뒤 빈과일보의 모회사인 넥스트미디어그룹의 주가가 급상승한 점이 이를 증명한다.”

-빈과일보는 보통 하루 7만 부를 발행하지만, 이번 사태로 50만 부 이상 팔리며 홍콩인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독자와 심지어 홍콩 당국자들까지도 빈과일보의 보도에 대해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계속 취재할 것이다.”

-홍콩보안법이 시행된 뒤 급속도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빈과일보 사태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진행된다는 평가다

“물론이다. 홍콩 당국은 지미 라이 회장 체포와 빈과일보 압수수색 사실을 이용하고 싶어 한다. 홍콩 내 반대파의 흐름을 저지하고, 공포감을 조성할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지난 10일 지미 라이 빈과일보 회장이 사옥을 압수수색한 경찰에 의해 연행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11일 홍콩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지미 라이 회장의 체포 소식을 1면으로 전한 빈과일보를 사고 있다. AP 연합뉴스

-라이 회장이 외국 세력과 결탁 혐의로 체포된 것처럼 홍콩의 상황을 한국의 기자에게 전달하는 것도 홍콩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나. 만약 그렇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다

“홍콩보안법에 대해 세부적인 사항까지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내가 아는 선에서 말하자면 만약 당신이 정권에 위험하다고 그들이 판단하면, 홍콩 당국은 국적에 상관 없이 그 누구든 체포할 수 있다.”

-홍콩 사태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

“한국은 민주주의적 자유를 얻기 위해 권위주의 시대를 거쳤다. 홍콩은 다시 권위주의 시대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당신이 한국인이든 어느 국적이든 상관 없이 우리는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고 있다. 홍콩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우리(언론인들의) 눈과 머리로라도 홍콩의 변화상을 기록해야만 한다. 절대로 과거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

지난 12일 홍콩 시민들이 석방된 빈과일보 지미 라이 회장을 지지하며 지면을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이든 어디든 대부분의 언론사가 정치‧경제 권력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언제든지 우리 기자들은 언론의 자유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메시지는 나와 당신과 모든 기자가 공유하기 위한 것이다. 결국, 나는 앞으로 중국으로 송환될지도 모르겠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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