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마지막 초밥 시켰는데, 손편지가 살렸습니다”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마지막 초밥 시켰는데, 손편지가 살렸습니다”

입력 2020-08-27 00:05 수정 2020-08-27 00:05
A씨의 후기글이 작성된 배달앱,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실 어제 세상을 떠나려 했는데….”

2년 전 많은 네티즌을 울린 음식점 후기가 있습니다. 한 배달 앱에 게시된 글인데요. 작성자는 서울 은평구 소재의 한 초밥 전문점에 음식을 주문했다는 손님이었습니다. 이 손님의 후기에 사장님이 답글을 남겼고, 이들의 감동적인 사연이 아직도 화제가 돼 최근 한 방송에도 등장했죠. 이 이야기의 시작은 2018년 1월 5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손님 A씨는 이날 절절한 내용이 담긴 후기를 유명 배달 앱에 올렸습니다.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초밥을 주문했는데 사장님의 정성스러운 손편지 때문에 다시 살아볼 용기를 냈다는 내용이었죠. 그는 “스스로에 대한 죄악감으로 초밥을 꾸역꾸역 삼켰다”며 “메모와 비누꽃 한 송이가 제 목숨을 살렸다.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배달앱 캡처

A씨가 받았다는 메모와 비누꽃은 이 초밥집 사장님이 개업 이벤트로 준비한 것들이었습니다. 개업 후 몇 달간 주문하는 모든 손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전달하려 했던 거죠. 사장님은 ‘주문해주신 음식 드시면서 기분 좋은 식사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독수리도 강풍에 나는 법을 익히기 위해 연습하고 노력한다네요. 세상에 공짜는 없나 봐요. 그걸 알기에 저희도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등의 쪽지를 배달될 음식에 붙여 보냈다고 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장님의 진심이 담긴 쪽지가 A씨에게 감동을 줬던 모양입니다. A씨는 “살려주셔서 감사하다”며 “사장님과 직원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이 글에 사장님의 답글이 달렸습니다.

“어떤 분이신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글로 전해지는 말씀 한마디에 삶의 무게감이 느껴져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가 열심히 살아주실 손님을 응원하고 있음을 기억해주세요. 손님의 건강과 행복을 저와 저희 직원들이 기원하겠습니다.”

배달앱 캡처

사장님의 답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종종 A씨의 후기에 자신의 일상이 담긴 글을 남겼죠. 2018년 1월의 어느 날에는 추운 날이 계속돼 매출이 떨어지고 있지만 곧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는 소식을, 같은 해 3월에는 1년 전 만났던 아기 길냥이의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 주문하겠다는 A씨의 말을 곱씹으며, 그가 곧 소식을 전해주기를 기대하면서요.

배달앱 캡처

사장님은 끝내 A씨의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A씨와 자신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크게 화제가 되자 답장을 쓰는 것도 멈췄죠.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A씨가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에 그만뒀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는 해가 바뀌어도 온라인에서 자주 언급됐고 25일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에도 소개됐습니다.

사장님은 올해 6월 ‘스브스뉴스’와 영상 인터뷰에서 A씨에게 답장을 남겼던 당시의 상황을 털어놨습니다. A씨의 후기를 보고 가게 밖으로 나가 한참 서 있었다는 그는 ‘얼마나 아프면 여기에 글을 남겼을까’라는 생각에 울컥했다고 합니다. 아직도 그날을 떠올리면 눈물이 난다는 사장님. 그는 답장을 쓸 때 오직 이 생각뿐이었다고 했습니다. “단순히 힘내라는 말로는 위로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사장님은 개업 이벤트로 준비했던 손편지와 비누꽃을 아직도 모든 배달 고객에게 선물하고 있습니다. 그날 이후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그는 “A씨를 꼭 찾고 싶다”며 “손을 잡고 어깨를 토닥여 주고 싶다. 지금은 괜찮겠지만,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분은 내가 살려줬다고 했지만 그분 덕분에 제가 살았어요. 부담 갖지 말고 꼭 연락해주면 좋겠네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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