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쾅” 소리에 제일 먼저 달려간 버스기사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쾅” 소리에 제일 먼저 달려간 버스기사

입력 2020-09-05 07:22
뉴시스

이른 아침 도로 위에서 아찔한 교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자동차 파편은 여기저기 흩어지고 하얀색 싼타페 차량은 옆면이 찌그러졌는데요. 무슨 일일까요.

4일 오전 6시40분 광주 광산구 동곡동 3차선 도로. 이날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길 차량으로 도로가 꽉 차있었습니다. 하얀색 싼타페 차주 역시 3차선 도로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죠.

그 때였습니다. “쾅!” 평화롭던 도로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검은색 승용차가 갑자기 왼쪽에서 튀어나오더니 싼타페 차량을 들이받았습니다.

도로에는 적막이 흘렀습니다. 뒤에서 사고 현장을 지켜본 버스기사 김모씨는 순간 쎄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는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검은색 승용차로 달려갔습니다. 30대로 보이는 남성은 의식을 잃은 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습니다.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죠.

다급해진 김씨는 119에 신고를 했습니다. 이후에 승용차 문을 잡아 당겼지만 안에서 잠긴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한 뼘 가까이 내려온 운전석 창문에 손을 겨우 집어 넣었고 가까스로 문을 열었습니다.

김씨는 제일 먼저 차량 시동을 껐습니다. 운전자를 안정시키기 위해 시트도 뒤로 젖히고 안전벨트 잠금 장치도 풀었죠. 기도에 이물질이 막히지 않도록 깨끗한 수건으로 입안도 닦았습니다. 김씨의 침착한 응급처치 덕분일까요. 운전자는 점차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현재는 병원으로 이송돼 안정을 취하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 모든 일은 단 6분 만에 이뤄졌습니다. 놀라운 순발력으로 소중한 생명을 구한 김모씨는 이런 말을 남겼는데요.

“처음에는 급발진에 의한 사고인가 싶었어요. 그런데 운전자를 보니까 특정 질환 때문에 순간 의식을 잃었더라고요. 다들 ‘용감하다’ ‘대단하다’ 하는데 누구나 이런 상황이면 저처럼 긴급구호 조치를 했을 거예요. 운전자 분이 괜찮아졌다고 하니 참 다행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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