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없지만 장학금 줄게’…위기의 대학, 처절한 생존[이슈&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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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없지만 장학금 줄게’…위기의 대학, 처절한 생존[이슈&탐사]

정해진 미래, 대학 폐교의 현장 ③위기의 대학에선 무슨 일이

입력 2020-09-09 00:04 수정 2020-09-09 00:04
지난달 25일 전북 군산 서해대학 광영관 1층 학생식당으로 쓰이던 공간 내부 모습. 서해대는 학령인구 감소와 이사장 교비횡령 등으로 재정지원제한대학이 된 뒤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지난 3월 교육부에 자진폐교를 요청했다. 군산=윤성호 기자

멀지 않은 미래에 폐교를 선택할지 모르는 ‘위기의 대학’은 한두 곳이 아니다. 지난달 31일 폐교된 동부산대와 자진 폐교를 신청한 전북 군산 서해대 말고도 위태로운 대학은 많다. 특히 정부가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한 대학의 형편이 어렵다.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이 제한되는 대학이다.

국민일보 취재팀은 2021년 재정지원 제한 Ⅱ유형 대학 9곳 가운데 8곳의 실태를 조사했다. Ⅱ유형은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이 전면 제한된다. 해당 대학은 경주대 신경대 제주국제대 한국국제대 한려대 광양보건대 서해대 웅지세무대다. 나머지 1곳인 영남외국어대는 학교 측이 취재를 거부하고 이에 응하는 교수가 없어 대상에서 제외했다.

취재 결과 위기의 대학 8곳 모두 교수·교직원의 임금 체불 문제를 겪고 있었다. 대부분 대학이 국가 대신 학생들에게 직접 장학금을 주면서 재정난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재단 비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학교가 급격히 기운 것도 공통점이다.

“월급이요? 가끔씩, 10% 정도 받나”
전남 광양의 한려대는 2015년부터 교수, 교직원에게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학교가 어려워지기 시작한 2013년에는 교직원들이 자진해서 임금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월급이 나오지 않으면서 미지급 상태가 됐다. 한려대 관계자는 “교직원들이 어려워도 참고 버티는 이유가 학교를 살려보겠다는 건데 미지급되고 있어서 (생활이) 어렵다”고 말했다.

광양보건대는 2018년 9월부터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급여를 어느 정도 받는지 묻자 곽성기 기획처장은 “가끔씩 받긴 하는데, 10%는 받나…”라고 말했다.

경주대도 전임 교수와 정규직 직원에게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중이다. 김모 경주대 교수는 “2008년 이후부터 임금이 서서히 깎여 왔고 체불이 된 건 1년 가까이 됐다”고 말했다. 대신 수습 직원이나 외래 강사, 조교들의 임금은 우선 지급돼 이들의 체불액은 상대적으로 적다.
폐교를 신청한 전북 군산 서해대 강의실 복도가 지난달 25일 텅 비어있다. 서해대는 올해 신입생을 받지 않았다. 군산=윤성호 기자

대학이 일방적으로 임금을 삭감하거나 주지 않는 경우 소송을 제기하면 대부분 교직원 승소 판결이 난다. 하지만 학교가 ‘돈이 없다’며 지급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제주국제대 교직원들은 체불임금 지급 소송에서 승소해 확정판결까지 받았지만 아직 돈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2016년 상반기부터 기본급의 50~70%만 받았다. 야간수당이나 행정수당은 전혀 받지 못했다. 교직원들은 체불 임금액을 50억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이 대학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은 대리운전이나 편의점 아르바이트 일을 하면서 생활한다”며 “학교 측이 재정 투자 계획은 세우지 않고 구성원들에게 임금 삭감 등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의 신경대도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포함되면서 급여가 삭감됐다. 한 신경대 교수는 “교수 연봉이 일방적으로 깎였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소송을 제기했고 그 과정에서 학교 측과 합의했다. 학교 측이 깎인 급여를 다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교수들은 다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다 받으면 학교 운영이 정말 어려워진다. 그걸 아니까 교수노조에서 ‘30%만 받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는 월급이 아예 지급되지 않고 있다.

경남 진주의 한국국제대는 2018년 10월부터 2년 가까이 교수와 교직원들이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체불 임금 진정조차 못하고 있다. 행정상 임금 체불의 당사자인 ‘총장’이 공석인 상황이어서다. 소멸시효 3년이 지나면 민사소송을 통해 개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성원들은 학교를 떠나고 있다. 박지군 한국국제대 방사선학과 교수는 “월급이 나오지 않으면서 교직원들은 생계가 어려워졌고 30명 정도가 학교를 떠났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외부 기숙사인 진주학사를 매각하면 임금 미지급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등록금을 다시 장학금으로, 악순환의 덫
재정지원 제한 Ⅱ유형 대학은 신입생 선발을 계속하고 있다. 취재팀이 대학정보 공시 시스템인 ‘대학알리미’를 통해 8개 대학의 2019년 3월 기준 신입생 충원율을 분석한 결과 최저 17.5%부터 최고 89.2%였다. 수도권 대학 2곳을 제외한 6개 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평균 30.7%였다.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줄었겠지만 등록금 수입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임금 삭감이나 체불이 계속되는 이유는 등록금으로 받은 돈을 대부분 다시 장학금으로 학생들에게 돌려주기 때문이다. 국가장학금이나 학자금 대출이 제한돼도 그만큼 학교가 장학금으로 보전해주겠다고 해야 학생을 모집할 수 있다. 대부분 재정지원 제한 대학은 전 학기 등록금을 다음 학기 장학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신입생 등록을 유지한다. 재정난이 계속되는 ‘악순환의 덫’에 갇힌 것이다.

경주대는 내년도 신입생에게 매 학기 150만원을 지급한다. 이 대학 홈페이지에는 ‘2021년 신입생 매년 300만원’ 문구가 큰 글씨로 강조돼 있다. 지난해에는 반값 등록금을 내걸고 올해 신입생을 모집했다. 등록금의 절반을 장학금 명목으로 먼저 감면해주는 방식이다. 김모 경주대 교수는 “교수나 직원이 고통 분담을 하더라도 학생들의 불이익은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려대도 신청한 학생들에게 국가장학금 기준에 맞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중효 기획처장은 “국가에서 안 주면 우리라도 줘야 학생들이 올 거 아니냐”고 말했다. 광양보건대는 2016, 2017년 교수들이 급여에서 상당액을 학교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돈을 모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곽성기 기획처장은 “국가장학금에 상응하는 장학금을 줄 수 있도록 돈을 모아뒀고 이후에는 학생들의 등록금을 비축한 것으로 장학금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장학금 지급은 한계가 있다. 일부 대학은 장학금 지급 여력이 크게 낮아졌다. 한국국제대 관계자는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된 첫해에는 국가장학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학교가 보조했는데 작년부터는 (장학금이) 없다”고 말했다. 김덕희 제주국제대 총장 직무대행은 “재정지원 제한 대학이 되면 대학 이미지가 깎이고 연쇄적으로 신입생 지원율과 등록률이 감소해 수입이 줄어든다. 지출은 고정돼 있는데 직원 급여가 삭감될 수밖에 없어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빠듯해진 학교 재정 탓에 학생 편의시설은 정상 운영이 어려워졌다. 경주대는 지난해 학교 식당과 매점, 교내 카페의 문을 닫았다. 경주대에 다니는 이모(25)씨는 “캠퍼스 낭만이 사라져간다. 학교 편의시설도 줄어들어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기숙사나 스쿨버스 운영을 중단하고 시설 보수를 하지 않은 채 건물을 그대로 운영하는 대학도 여러 곳이다.

이들 대학의 재정난의 시발점은 전현직 이사장 등의 비리다. 신경대 광양보건대 한려대는 서남학원 이사장을 지냈던 이홍하씨가 세운 대학들이다. 이 전 이사장은 신경대에서 약 43억원, 한려대에서 약 150억원, 광양보건대에서 약 403억원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구속돼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다. 경주대는 이순자 전 총장이 업무상 횡령 및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생존 위한 몸부림
위기의 대학에 남은 교수·교직원들은 학교를 살릴 기회가 있다고 믿고 있다. 재정지원 제한 대학 지정이 폐교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서덕주 웅지세무대 교수는 “우리가 배출한 세무직 공무원이 500명이 넘는다. 다른 대학과 달리 학교 커리큘럼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녹여놨다. 정상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신경대 교수는 “규모는 작지만 수도권에 있어 가능성이 있는 학교”라고 말했다.


위기의 대학이 생존을 위해 공통적으로 하는 일은 학과 통폐합을 통한 구조조정이다. 신입생 모집 경쟁력이 낮은 과는 과감히 없애고 새로운 트렌드에 맞는 학과를 신설하는 방식이다. 광양보건대는 2014년 21개 학과에서 2015년 19개 학과로 줄였고 2016년에는 5개를 더 줄였다. 내년도부터는 13개 학과로 운영할 예정이다. 한려대는 14개였던 과를 9개로 줄였고 내년에는 2개를 더 폐과할 계획이다. 한국국제대는 학부제 개편을 추진하며 신입생이 1~2명에 그친 제약화장품학과를 2017년에 폐과했다.

지역에 제2공항 신설 논의가 나오자 이에 발맞춰 관련 학과를 만든 학교도 있다. 제주국제대는 항공융합학부 신설을 추진하며 항공 관련 훈련기기를 실습 장비로 들여놨다. 김덕희 제주국제대 총장 대행은 “경쟁력 없는 학과는 정리가 됐다”며 “제주도 지역 특성상 인구가 한정되기 때문에 (신입생 유치를 위해) 선제적으로 변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과가 사라지면 교수도 살아남기 위해 ‘생존경쟁’을 해야 한다. 전공 과를 특정하지 않고 교양교수로 남을 수도 있지만 교양수업이 많지 않은 전문대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새로운 학위 취득을 위해 다시 학생 신분으로 돌아가 공부하는 교수도 있다. 폐교된 동부산대의 마지막 총장인 홍수현 교수는 멀티미디어학과 전임교수였다가 학과가 없어지면서 유아교육과로 전공을 변경했다. 그는 “낮에는 학교 수업을 하고 밤에는 (새로운 학위 취득을 위해) 공부해야 하는데 등록금도 다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어느 교수가 쉽게 수용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학과 통폐합이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한 대학 교수는 “유망 분야 학과를 신설하고 신입생이 적은 과를 없애는 게 아니라 총장이 마구잡이로 학과를 만들고 1~2년 후에 없애버리는 방식으로 교수와 학생들의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일부 대학은 외국인 학생을 유치해 정원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중효 한려대 기획처장은 “외국인 학생을 정원 내에서 선발하기 위해 2개 학과를 신설하고 올해 봄부터 대학원생을 뽑았는데 코로나19로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데…”라고 말했다. 신경대도 그동안 선발하지 않은 외국인 학생을 내년부터 뽑을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도 대학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대학 하나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전남 광양시가 출연한 백운장학회는 한려대와 광양보건대 두 대학에 8000만~9000만원 장학금을 지원한다. 장학회는 정상화를 위한 소송 준비에 나설 수 있도록 한려대와 광양보건대 법인사무국에 운영비로 각 5000만원을 지원했다. 두 대학 정상화 업무를 맡고 있는 광양시 강창성 주무관은 “소비와 인구 증감과도 밀접하게 연계가 돼 있어 시에서 그대로 놔둘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학은 다른 대학과의 통폐합을 시도하지만 쉽지 않다. 한려대와 광양보건대는 2013년도부터 통폐합 얘기가 나왔지만 결국 무산됐다. 강창성 주무관은 “보건 계열 학과 신입생 충원율이 높은 광양보건대가 독자 생존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주대도 2018년 같은 재단의 서라벌대와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교육부에 통합안을 제출했지만 서라벌대의 반대로 무산됐다.
폐교를 닷새 앞둔 지난달 26일 부산 해운대구 동부산대에서 한 학생이 짐을 정리해 건물을 빠져나가고 있다. 부산=윤성호 기자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위기의 대학들은 이제 학령인구 감소와 정면으로 부닥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최근 수도권 외 지역 소재 일반·전문대 등 지방대학 249개교의 향후 입학 인원을 추계하고 ‘4년 뒤 지방대 3곳 중 1곳은 신입생 정원의 70%도 채우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놨다. 대학의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라는 의미다.

여기에 코로나19 탓에 앞으로 한동안 외국인 학생 유치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국내 대부분 대학이 최근 10여년간 외국인 학생 유치로 재정 부담을 덜어왔다. 외국인 학생 감소에 따른 충격은 지방의 위기 대학에 더 크게 작용할 것이다.

교육부도 대학 구조조정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박근혜정부의 강제적인 ‘정원 감축’ 방식 대신 재정지원 제한을 통해 하위 대학을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내년부터는 해마다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한 대학을 자동으로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전현직 이사장이나 총장 등이 비리를 저지른 경우는 ‘대학책무성’ 평가에서 지표를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비리만으로 재정지원 제한 대학이 될 확률이 커지는 셈이다. ‘퇴출 대상’ 딱지가 붙는 대학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위기 대학으로서는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서 벗어나는 일이 급선무가 됐다. 2014년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서 해제됐다가 2018년 다시 포함된 한국국제대 구성원들은 ‘퇴출 위기 대학’ 꼬리표를 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직원은 “해제됐을 때 학교 분위기가 좋아졌었다. 그런데 다시 지정되면서 ‘어떻게든 살아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일단은 살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군 한국국제대 교수는 “‘비리 대학’이 아니라 ‘비리 법인이 있는 학교’라고 해야 한다. 법인의 비리로 재정지원 제한 대학이 되고 제대로 점수도 못 받는 악순환이 반복되는데 그 피해는 다 학생과 구성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정해진 미래, 대학 폐교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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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사2팀 권기석 김유나 권중혁 방극렬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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