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VIEW] ‘은둔 전략’ 바이든…“트럼프 자폭을 부각시켜라”

국민일보

[워싱턴 VIEW] ‘은둔 전략’ 바이든…“트럼프 자폭을 부각시켜라”

바이든, ‘외출자제 전략’ 고수
여론조사 우세해 전략 바꿀 이유 없어
‘원맨쇼’ 트럼프 실수 부각 전략
대선 다가오면서 현장 방문 늘릴 듯

입력 2020-09-16 06:53 수정 2020-09-16 10:47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인 질 여사와 함께 14일(현지시간)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장에서 델라웨어 주선거 경선 투표를 한 뒤 건물을 나오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대선이 본격화됐지만 자택이 있는 윌밍턴을 좀처럼 떠나지 않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8월 21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ABC방송과 인터뷰를 가졌다. 바이든 후보가 러닝메이트인 해리스 후보와 함께 인터뷰를 가진 것은 처음이었다.

사회자가 바이든 후보에게 “당신은 집에 머물면서 이번 대선에서 이길 수 있겠나”라고 물었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우리는 이길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후보는 “우리는 과학을 따를 것”이라며 “우리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집회를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후보는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선거 유세를 하고, 트럼프 지지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유세장에 나오는 것을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인터뷰와 관련해 “바이든이 ‘외출자제 전략(stay-at-home strategy)’을 고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자택 지하실에서 선거운동 펼치는 바이든

코로나19로 미국 대선의 모습이 완전하게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유세를 펼치고 있지만 소규모 집회만 열고 있다. 대규모 집회를 열었을 때의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세(勢) 과시’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답답한 노릇이다.

바이든 후보는 더 심하다. 그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자택을 거의 떠나지 않는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후보가 자택 지하실에 머물며 대선 준비를 하는 것을 빗대 ‘지하실 전략(basement strategy)’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공격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자택에만 있는 것에 대해 조바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는 외출자제는 전략적 선택이다. 바이든 후보가 은둔 전략을 구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원맨쇼’에 빠져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실수가 스포트라이트를 계속 받기를 바라는 의도가 깔려 있다.

보스턴글로브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폭(implode)할 때 바이든이 할 수 있는 것은 냉정하게 있는 것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바이든 캠프에서도 전략 변화가 감지된다. 바이든 진영의 최고 선거참모들은 대선이 가까이 오면 바이든 후보가 접전지역을 중심으로 현장 유세와 대면 접촉을 늘릴 것이라고 지난 4일 밝혔다.

바이든 후보는 나서지 않는 전략을 고수하면서도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접전지를 방문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후보의 ‘은둔 전략’이 대선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여론조사 우세…‘은둔 전략’을 바꿀 이유가 없다

15일(현지시간)로 미국 대선은 꼭 49일이 남았다. 바이든 후보는 기자회견을 하더라도 좀처럼 윌밍턴을 떠나지 않는다. 그가 현재까지 자택에만 머물면서 ‘보이지 않는 선거운동’에 주력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여론조사 분위기가 좋다. 무리하게 전략을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9월에 실시된 미국 주요 언론들의 전국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고 있다.

보수적인 폭스뉴스의 여론조사에서는 ‘51%대 46%’로 트럼프 대통령을 눌렀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52%대 40%’으로 크게 앞섰다.


접전지에서도 바이든 후보의 우위가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미시간주·위스콘신주·펜실베이니아주 등 3대 최대 격전지와 애리조나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4개주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승리를 거뒀던 지역들이다.


또 다른 접전지인 플로리다주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각각 48%의 지지를 얻어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치열한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선 트럼프 대통령(48%)이 바이든 후보(46%)에 2% 포인트 차로 앞섰다.

트럼프, 최근에도 미군 전사자 ‘패배자’·‘호구’ 발언 논란

트럼프 대통령이 실수를 연발하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바이든 진영의 중요한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실책에 미국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좌충우돌하는 상황에서 괜히 바이든 후보가 움직여봤자 시선만 분산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바이든 진영의 계산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1일(현지시간) 성공회 소속의 세인트존스 교회 앞에서 성경책을 들어 올리는 모습의 사진 촬영을 위해 백악관에서 출발해 걸어가는 도중에 흑인 사망 항의 시위대가 ‘정의(Justice)’, ‘평화(Peace)’ 등 단어를 낙서로 써놓은 담벼락을 지나고 있다. AP뉴시스

최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궁지에 몰렸었다. 미국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2018년 11월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프랑스 땅에 묻혀있는 미군 전사자들을 ‘패배자들(losers)’, ‘호구들(suckers)’이라고 불렀다고 지난 3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뉴스’라고 주장했지만 거센 역풍을 피할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서도 비과학적인 발언으로 웃음거리를 자초하기도 했다. 또 흑인 사망 항의 시위대를 ‘폭력배’, ‘폭도’라고 주장했다.

바이든에게 한 오바마의 조언…“말을 줄여라”

바이든 후보가 말을 많이 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공격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반격을 당하느니, 침묵을 지키는 것이 유리하다는 정치적 판단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비슷한 조언을 바이든 후보에게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에게 “연설을 짧게 하고, 인터뷰를 간결하게 하고, 트위터의 내용을 줄이고, 트럼프 대통령과 경제에 집중하라”고 충고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후보가 외출자제 전략을 고수하는 이유는 또 있다. 코로나19 피해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미국의 코로나19 피해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실한 대응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외출자제를 계속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바이든 후보가 공식 석상에서 항상 마스크를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11월 3일 미국 대선에서 맞붙을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AP뉴시스

바이든 “나는 불량배들을 다루는 법을 안다”

하지만 대선이 다가오는데 바이든 후보가 마냥 집에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진영의 최고 선거참모들이 접전지역을 중심으로 현장 유세와 대면 접촉을 늘릴 것이라고 밝힌 이유다. 그러면서 바이든 캠프는 바이든 후보가 코로나19와 경제 이슈에 총력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선거전략을 공개했다.

바이든 캠프의 최고 전략가 마이크 도닐런은 “이번 선거의 가장 중심 이슈는 코로나19”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와 그로 인해 촉발된 문제들에 집중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부실 대응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의도다.


세 차례 있을 대선 후보 간 TV토론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처럼 링 위에 오를 바이든 후보를 박살내겠다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이에 대해 바이든 후보는 지난 10일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TV토론과 관련해 “나는 미끼를 물지 않기를 바란다”고 긴장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나는 불량배들(bullies)을 다루는 법을 안다”고 자신했다.

바이든 후보는 “그(트럼프)는 완전히 천박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모든 사람들이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면서 “내 계획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유권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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