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금 줄 테니 입건 안 되게…” 을왕리 운전자 회유한 동승자

국민일보

“합의금 줄 테니 입건 안 되게…” 을왕리 운전자 회유한 동승자

입력 2020-09-16 08:27 수정 2020-09-16 10:03
YTN 뉴스 화면 캡처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음주 운전자를 방조한 혐의로 입건된 동승자가 입건되지 않게 해 달라며 운전자를 회유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YTN은 을왕리 음주 운전자 A씨와 동승했던 40대 남성 B씨가 술자리에 동석한 지인을 통해 A씨에게 문자를 보내 ‘방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지 않게 해 달라’고 설득했다고 16일 보도했다. YTN이 공개한 문자엔 “합의금 낼 능력이 없지 않냐”며 B씨가 합의금을 마련한다고 했으니 도움을 받으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문자는 B씨의 지인이 운전자 A씨에게 보낸 것이다.

YTN 뉴스 화면 캡처

문자엔 “B씨가 입건되면 도와줄 수 없다. 그를 적으로 만들 때가 아니다”라는 내용도 담겼다. B씨가 술에 취한 탓에 음주운전 사실을 몰랐던 것처럼 경찰에 거짓말을 해 달라는 내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를 옹호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리기사를 부르자는 자신을 무시하고 B씨가 운전을 사실상 강요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 운전자 측은 “동승자가 ‘네가 술을 덜 마셨으니 네가 운전을 해라’ 그렇게 시켰다고 했다”며 “그런 강압적인 분위기를 만든 당사자, 그리고 남자들이 계속 붙어 있는 상태에서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는데…”라고 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동승자인 B씨는 단순 방조 혐의가 아닌 교사, 즉 부추기거나 시킨 혐의를 적용받아 처벌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 경찰은 해당 문자 내용을 입수해 추가 수사에 들어갔다. 앞서 경찰은 B씨가 회사 법인차량의 잠금장치를 풀어준 행위를 근거로 적극적인 음주운전 방조로 판단하고 B씨를 입건했다.

한편 을왕리 음주운전 사건은 지난 9일 0시55분쯤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한 편도 2차로에서 술에 취해 벤츠 승용차를 몰던 A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을 배달하러 가던 C씨(54‧남)를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다.

A씨가 운전한 벤츠 차량은 사고 당시 중앙선을 침범했고,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 이상으로 면허취소 수치(0.08%)를 넘었다. 벤츠 차량은 사고 당시 조수석에 함께 탔던 B씨의 회사 법인 소유였다.

조사 결과 B씨는 사고 전날 오후 6시쯤부터 지인인 남녀 2명과 함께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음식점에서 술을 마셨다. 그러나 당시는 코로나19 전국적 재확산 여파로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 중이었다.

B씨 등 3명은 오후 9시 이후에는 음식점에서 술을 마실 수 없게 되자 가게를 나왔고, 인근 편의점에서 술을 사서 한 숙박업소로 이동해 계속 술을 마셨으며 A씨는 B씨 일행 중 한 명인 학교 동창의 전화를 받고 오후 9시 무렵 합류했다. 4시간 가까이 이어진 술자리 도중 다툼이 벌어졌고 술에 취한 A씨와 B씨가 일행 2명을 남겨두고 숙박업소를 나왔다.

경찰이 확보한 숙박업소 인근 CCTV 영상에는 주차장에 있던 B씨의 회사 법인차량인 벤츠 운전석 앞으로 A씨가 다가가서 차량 문의 손잡이를 잡아당기지만 열리지 않는 모습이 담겼다. 잠시 뒤 B씨가 뒤따라 조수석으로 접근할 때 차량 잠금장치가 풀리면서 방향지시등 불빛이 수차례 깜박였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B씨가 자신의 회사 법인차량을 스마트키나 리모트컨트롤러로 풀어줘 A씨의 음주운전을 적극적으로 방조한 것으로 판단했다. 당일 술자리를 함께한 일행은 경찰에서 “B씨는 오후 6시 전후부터 술을 많이 마셔 운전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오후 9시쯤 합류한 A씨가 그나마 술을 덜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A씨의 음주운전을 충분히 인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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