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연 부실 자료로 사실 왜곡” 이재명 편 든 경기연구원

국민일보

“조세연 부실 자료로 사실 왜곡” 이재명 편 든 경기연구원

이재명 “얼빠진 국책연구기관” 비판 강도 높여

입력 2020-09-16 10:47 수정 2020-09-16 10:59

경기연구원(경기연)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조세연이 지난 15일 지역화폐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별다른 효과가 없고 오히려 국가 경제에 손실을 일으킨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자 “부실한 자료를 사용한 과장된 분석 결과”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엉터리”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하며 조세연 비판의 수위를 높인 데 이어 경기연까지 이 지사 편에 선 것이다.

경기연 유영성 기본소득연구단장과 김병조 선임연구위원은 16일 ‘지역화폐의 취지 및 상식을 왜곡한, 부실하고 잘못된 연구 보고서를 비판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유 단장은 입장문에서 “지역화폐가 경제적 부담만 클 뿐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취지의 해당 보고서는 지역화폐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을 넘어 지역화폐 발급으로 골목상권 활성화를 뒷받침하겠다는 문재인정부의 공약을 뒤집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조세연 보고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문재인정부의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할 중대한 사안이며, 사실이 아니라면 국책연구기관이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 운영에 대해 혼선을 야기하고 있으니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조세연 “지역화폐 올해 경제적 순손실 2260억원”

조세연은 전날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가 다양한 손실과 비용을 초래하면서 경제적 효과를 상쇄하는 역효과를 낸다는 내용을 담은 송경호·이환웅 부연구위원의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역화폐에 9000억원의 정부 보조금이 들어가지만 소비자 후생으로 이전되지 못하는 순손실이 460억원 정도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발행 시 액면가의 2% 정도인 인쇄비와 금융 수수료도 들어간다는 점에서 올해 연간 1800억원 규모의 부대비용도 발생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경제적 순손실만 올해 총 226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조세연은 또 지역화폐를 싸게 팔아 현금화하는 일명 ‘현금깡’ 시장이 발생하고, 이를 정부가 단속하는 비용도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업종의 물가 인상 효과에 따른 실질 구매력 하락 등 지역화폐 발행으로 인한 손실이 다양하게 발생한다고도 지적했다. 지역화폐 도입이 유발하는 경제적 효과가 제한적이고 오히려 전체 국가 경제에 손실을 입히기 때문에 정책으로 활용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제언도 담았다. 조세연은 “정부가 관리하는 온누리상품권으로도 소상공인 지원이 가능한데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우후죽순 발행하는 것은 지역 정치인들의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일부에선 조세연이 지역화폐가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해 왔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발언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서 “근거 없이 정부 정책을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며 조세연을 비판했다. 이 지사는 “정부가 채택해 추진 중인 중요 정책에 대해 이재명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근거 없이 비방하고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방적 주장을 연구 결과라고 발표해 정부 정책을 폄훼하는 정부 연구기관이 아까운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현실이 실망스럽다”며 “엄중 문책이 있어야 마땅하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조세연 보고서 반박 글 내용. 페이스북 화면 캡처

경기연 “조세연 부실한 자료 사용해 사실 왜곡”

경기연은 이 지사의 조세연 비판해 가세해 조세연이 사용한 자료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유 단장은 조세연이 해당 보고서에서 2010~2018년 전국 사업체 전수조사 자료를 이용했다고 밝힌 것이 결정적인 문제라고 지목했다. 그는 “해당 시기는 상대적으로 지역화폐 발행액이 미미했으며 인식도 저조했고 본격적인 정책으로 진행되지도 않았던 시기”라고 꼬집었다.

김병조 선임연구위원도 “경기도의 경우 전체 지역화폐 발행의 40.63%를 차지하는 정책발행을 2019년부터 시작했는데 이 시기에 대한 자료가 없다”며 “일반적인 사실관계를 왜곡할 수 있는 자료를 사용해 무리한 결론을 도출하는 과오를 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발행이란 아동수당, 출산지원금, 청년기본소득 등 정책 대상자에게 제공하는 지원금을 지역화폐로 대신 지급하는 방식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4월 1일부터 청년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다. 조세연 보고서에서는 실질적인 지역화폐 활성화 시기가 2019년 이후인데도 이를 배제하고 연구를 단행해 사실이 왜곡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기연의 이런 설명은 이 지사의 주장과 같다. 이 지사는 “연구 내용이 문재인정부가 지역화폐를 본격 시행하기 전인 2010~2018년 사이 지역화폐에 대한 것으로 현재의 지역화폐 시행 시기와 동떨어진다”며 “2년 전까지의 연구 결과를 지금 시점에 뜬금없이 내놓는 것도 이상하다”고 했었다.

“지역화폐 소상공인 매출에 긍정 효과” 경기연 반박

유 단장은 지역화폐가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조세연의 주장에 대해 “비용만을 강조할 뿐 지역화폐 활용으로 인한 편익을 고려하지 않은 편협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유 단장은 “지난해 1년 동안의 지역화폐 사용이 소상공인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분석 결과(지역화폐의 경기도 소상공인 매출액 영향 분석, 2020년 9월 경기연구원 GRI 정책 브리프)에 따르면 지역화폐 결제액이 증가할 때 추가소비 효과가 57%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역화폐가 주는 소상공인·자영업자·골목상권 활성화 효과는 간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역화폐 대신에 현금 및 카드를 사용할 경우 대다수 소비자들이 인터넷 쇼핑이나 대형마트를 이용해 지역경제를 침체시키는 부작용이 있지만 조세연이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도 비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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