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알고도 밀수·사용했다…밀수업자·치과의사 덜미

국민일보

발암물질 알고도 밀수·사용했다…밀수업자·치과의사 덜미

불법 치과치료제 밀수입·유통한 일당 검거
밀수 총책 1명 구속, 치과재료상 23명, 치과의사 8명 입건

입력 2020-09-16 12:52

1급 발암물질이 함유된 신경치료 약제가 국내 일부 치과에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 부산본부세관은 1급 발암물질이 함유돼 부작용을 일으키는 수입 금지 치과의료 약제인 ‘디펄핀(Depulpin)’을 밀수입한 혐의(의료기기법 및 관세법 위반) 등으로 40대 A씨를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세관은 또 밀수 디펄핀을 치과 의원에 유통한 치과 재료상 23명과 이를 환자에게 투여한 전국의 치과의사 8명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세관에 따르면 A씨는 치과 재료상사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2014년부터 2020년 1월 사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세 차례에 걸쳐 3000여만원 상당의 디펄핀 총 273개(약 3만2000명 투약분)를 구매한 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러시아 여행객 가방에 숨겨 밀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이렇게 밀수한 디펄핀을 서울과 경기, 대전, 대구, 부산 등 전국 치과 치료상 등에게 유통한 것으로 세관 조사 결과 드러났다. 1개당 7만~8만원에 밀수입한 디펄핀은 치과 치료상에서 개당 12만원, 치과 의원에서 14만~15만원에 거래됐다.

세관은 일부 치과 의원에서 투약을 위해 보관 중이던 디펄핀 24개(2880명 투약분)를 압수했다. 나머지 디펄핀은 이미 3만여명 의 환자들에게 불법 처방된 것으로 보고 있다.


디펄핀은 치과에서 치아 신경치료를 진행할 때 사용하는 임시수복재의 하나로, 1급 발암물질인 ‘파라폼알데하이드’(49%)가 주성분이다. 디펄핀을 잘못 사용하면 잇몸 괴사나 쇼크 증상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2년 6월 디펄핀에 대한 의료기기 허가를 취소하고 수입과 사용을 금지했다.

부산본부세관은 “A씨 등은 디펄핀이 부작용 때문에 수입과 사용이 금지된 사실을 잘 알면서도 치료에 편리하다는 이유로 지속해서 유통·사용했다”고 밝혔다.

세관은 A씨 등과 같은 유사한 불법 수입・유통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불법 의료기기 밀수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휴대품·국제우편·특송화물 검사 등을 강화하고 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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