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환 사장 “국토부 고위 관계자가 자진사퇴 요구”

국민일보

구본환 사장 “국토부 고위 관계자가 자진사퇴 요구”

입력 2020-09-16 15:30 수정 2020-09-16 15:53
구본환 인천공항사장이 16일 인천공항공사 대강당에서 정부의 사장 해임 추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었다”며 사퇴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가 구 사장 해임을 추진하는 가운데 구 사장을 압박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구 사장은 16일 오후 인천공항공사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초 국토부 고위 관계자와 대화하면서 자진 사퇴를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시 내가 왜 나가야 하는지 사퇴의 명분을 들어봤지만 태풍 미탁 북상 당시 법인카드 사용, 직원 직위해제 두 가지뿐이었다. 이것으로 해임을 한다고 하니 당혹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구 사장은 “왜 이렇게 다급하게 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구 사장은 맡은 업무를 끝까지 수행하고 물러나겠다고 국토부에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사퇴의 명분과 퇴로가 필요하니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 직고용 문제, 코로나19로 인한 4300억원 적자 문제 등을 해결하고 후임 사장에게 큰 부담이 안 되도록 내년 상반기에 물러나겠다는 절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것마저 ‘노(No)’를 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또 “지난해 10월 태풍 미탁에 대비하기 위해 (국정감사장에서) 이석을 한 데 대한 행적을 보고하라는 것과 올해 1월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직원 1명을 직위해제한 건에 대해 국토부 감사를 6~7월에 받았다”며 “14일 (해임 건의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24일 열리고 거기서 의견을 말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은 이것이 법에서 정한 해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만둘 사유를 모르겠다”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앞서 지난 15일 국토부는 구 사장 해임을 기재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구 사장은 지난해 10월 2일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 도중 태풍 미탁의 상륙으로 감사가 중단된 이후 행적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당시 국회는 철도·도로·공항 관련 기관장에게 국감장을 떠나 현장 대응을 하도록 했다. 그런데 당일 저녁 구 사장의 법인카드로 경기도 안양의 한 고깃집에서 23만원가량이 결제된 게 드러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지난해 10월 행적 논란으로 1년이 다 된 현 시점에 해임을 추진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최근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직고용 논란에 따른 청년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구 사장을 희생양 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오히려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토부는 구 사장이 물러날 뜻이 없다는 점을 완강하게 밝히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해임 사유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해 4월 최창학 한국국토정보공사(LX) 사장을 갑질 논란 등의 이유로 공운위를 통해 해임했다. 이에 최 사장은 부당한 해임이라고 주장하며 법정 대응 중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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